[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예전엔 삼일절마다 일본이랑 싸웠었는데, 요즘엔 그런거 안 하냐?"  

1919년 3월 1일,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기 위해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대대적인 만세 시위를 벌인 날입니다. 올해 100주년을 맞아 더욱 뜻 깊게 다가오는데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한 누리꾼이 무심코 내뱉은 말을 봤습니다. 아!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나름 치열했던 한일 네티즌 간의 '사이버 전쟁'이 문득 떠오릅니다.

안중근이 혈서로 대한독립(大韓獨立)이라고 쓴 태극기 (사진=위키백과)
안중근 의사가 혈서로 대한독립(大韓獨立)이라고 쓴 태극기 (사진=위키백과)

2004년부터 시작된 '사이버 전쟁', 그 사건의 전말

강탈의 역사 때문에 한일관계가 좋았던 적이 손에 꼽긴 하지만, 2004년은 더욱 냉담했습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공식적으로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라고 발언까지 했었습니다. 양국 누리꾼 간 신경전도 꽤나 첨예했습니다.

사건이 터진 것은 2004년 일본의 커뮤니티인 2ch 이용자들이 혐한 사이트를 만든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섭니다. 2월부터 양국 누리꾼들은 서로를 공격했는데, 3.1절을 맞아 한국측에서 힘을 모은 것입니다. 
전문용어로 '턴다'고 하죠. 공격 방법은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쉽게 말해 2ch 사이트에 들어가 F5(새로고침)을 계속 누르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2ch는 디시인사이드의 사장이었던 김유식 혹은 마스코트 '개죽이'의 사진으로 도배되는가 하면, 아예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사이버 갑신왜란. 그후 국지적으로 소규모 분쟁은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 또 한번 큰 전쟁이 벌어집니다. 이름하여 '경인대첩'입니다. 

당시 러시아에서 한국인 유학생 3명이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에까지 이르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2ch 이용자들은 또다시 '잘됐다'는 식의 폭언을 해 공분을 샀습니다. 뒤이어 '피겨퀸'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도 2ch에서는 '심판을 매수했다' '아사다 마오의 금메달을 빼앗은 것'이라는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네, 물론 2010년 삼일절에 이어진 경인대첩 또한 한국 누리꾼들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일본 측 반격도 굉장히 미미했습니다. 당시 네이버엔 '테러대응연합'이라는 카페가 생겨 2만명 가입자를 모으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보안업계에 따르면 당시 최소 2만명에서 많게는 10만명까지 사이버전쟁에 가담한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부터 게임이 안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자란 한 지인에게 물어보니 "2ch이 뭔데"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아본다고 하더니, "2ch은 모두가 안 봐서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해왔네요. 아직도 일본 반응을 참고할 때면 아직도 2ch을 뒤적이는 이들이 많긴 하지만, 국내 커뮤니티보단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과거 디시인사이드의 마스코트와 같았던 '개죽이' (이미지=플리커)
과거 디시인사이드의 마스코트와 같았던 '개죽이' (이미지=플리커)

재현 가능성은 '글쎄'

요새도 반일 감정은 꽤나 심합니다. 사과 하나 없는 그들의 역사인식은 물론이고, 남북미 평화의 기운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훼방이나 놓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도 사이버 전쟁이 다시 벌어질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당시에도 '재미삼아' 해보는 누리꾼들이 많았고요. '이게 왜 애국이냐'며 만류하던 누리꾼들도 많았습니다. 

또, 어떤 사이트를 '턴다'는 것은 당시 유행같은 행위이기도 했습니다. 국내 커뮤니티끼리도 이런 싸움을 자주 벌이곤 했지만, 지금은 잠잠한 상태입니다. 

국내 누리꾼들 사이가 멀어진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디시인사이드를 주축으로 웃긴대학(이하 '웃대') 및 루리웹, 쭉빵카페, 아이러브싸커(알싸) 등 다수 커뮤니티가 연합을 이뤄 화력을 보탰는데요. 디시와 웃대 또한 서로를 '털며'(일오대첩) 소원한 사이긴 했지만 일본 침공이란 대의를 위해 똘똘 뭉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알다시피 사회의 파편화와 성별 갈등 등으로 화해하긴 어려운 강을 건넌 듯합니다.

아, 물론 해서도 안됩니다. 디도스 공격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전화해 당시 상황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꽤 오래된 사건이라 답변드릴 수 있는 분이 없다"고 하더군요. 누군가는 아예 모르기도 할테구요. 그런 일도 있었지, 하고 덮어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한편 지난 1월 있었던 디시인사이드 디도스 공격 사건은 조용히 넘어가는 모양새입니다. 디시인사이드가 공격당하면서 호스팅 업체인 가비아까지 피해를 입었는데요. 가비아 서버를 사용하는 일부 웹사이트가 작동하지 않는 2차 피해도 있었습니다. 다만 KISA는 "해외 IP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위변조 가능성이 있어 밝히긴 어렵다"며 "피해 업체들의 신고는 아직까지도 없는 상태"라고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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