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경영참여를 선언한 국내 토종사모펀드 KCGI에 의해 한진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KCGI는 지난해 12월 한진그룹 경영 핵심인 한진칼 지분을 10.81% 확보했다. 이는 의결권 10%를 넘는 지분으로, 앞으로 한진그룹과 KCGI에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여기에 3대주주인 국민연금까지 기업경영에 개입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CGI는 2018년 7월에 설립한 국내 독립계 사모펀드다. 대표는 애널리스트 출신인 강성부 대표다. KCGI라는 이름은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 영문 약자에서 따왔다. 강성부 대표가 이끌고 있기에 흔히 '강성부 펀드'라고 알려져 있다.

KCGI는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 효율성 및 투명성 개선과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 그리고 주주 중시 경영이 병행"된다면 기업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때문에 지난해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후 경영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KCGI 강성부 대표(사진=KCGI 홈페이지)
KCGI 강성부 대표(사진=KCGI 홈페이지)

KCGI, 한진 지분 8% 매입...조양호 회장 보다 많아

KCGI는 지난 3일 한진칼에 이어 한진 지분 8%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는 한진 조양호 회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 6.87%보다도 높은 수치다. 한진칼 지분 인수에 대해 KCGI는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등 회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한 사항"이라고 공시했다. 일각에서는 KCGI가 주주권 강화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KCGI는 한진그룹에게 전문경영인 도입 등을 통해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한진 측은 빠르면 이번 주 답변을 낼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한 국민연금, KCGI 편들까?

문제는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가세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은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도록 행동원칙을 규정한 자율규범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바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그룹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조 회장 일가가 소유한 한진칼 지분은 28.95%다. 2대 주주인 KCGI(10.81%)와 3대주주인 국민연금(7.34%)가 합친 것보다 약 10% 높다. 그러나 여기에 소액투자자들이 KCGI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조씨 일가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까지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관계자는 "정치적 독립성이 없는 국민연금이 KCGI에 손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항간에는 국민연금이 오는 16일에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통해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여부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한진그룹 본사(사진=한진)
한진그룹 본사(사진=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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