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이 주목받고 있다. 9.13부동산대책 발표이후 지난 21일까지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종로구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0.09% 하락한 반면 종로구는 무려 1.22% 상승했다. 중구도 만만치 않다. 0.93% 올라 종로구와 강북구(0.94%)에 이어 3위의 상승률을 기록한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종로구와 중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이다.

서울의 도심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명제는 직주근접인데 직장은 3대 도심에 몰려있다. 성장률이 갈수록 정체되는 선진국형으로 경제구조가 바뀌면 직장 주변의 주거지들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2016년말 기준으로 서울의 주민수 대비 일자리 비율은 51.1%나 되는데 반해 경기도는 37.8%에 그친다. 이 때문에 매일 아침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3기 신도시 후보지 또한 마찬가지일 따름이다. 베드타운이라는 말이다.

심형석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심형석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베이비부머에 비해 간과되고 있지만 최근 아파트시장에 급속히 참여하고 있는 인구군은 에코부머들이다. 1979년에서 1992년에 출생한 세대로 넓게 분포하기 때문에 인구 수로만 따진다면 베이비부머를 능가한다. 서울에서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3대도심의 배후주거지역이다.

통계청의 2017년 주민등록인구현황 자료를 분석해보면 관악구(30.4%)가 거주민 중 에코부머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마포구(26.7%) △광진구(26.4%) △영등포구(26.3%) △강서구(26.1%) △동작구(25.8%) △성동구(25.4%) 순으로 지역 내 에코부머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포구와 강서구, 영등포구 등 에코부머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모두 업무지구와 가까운 공통점이 있다. 즉 업무지구의 배후주거지역이란 말이다. 마포구는 광화문, 종로 등 중심업무지구(Central Business District)와 가깝다. 영등포 또한 중심업무지구 중 하나인 여의도 등으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이다. 강서구는 마곡이라는 새로운 업무지구가 생기고 있는 곳으로 에코붐세대의 숫자는 15만7092명으로 송파구(16만4856명)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구이다. 성동구 또한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으로 출퇴근이 쉽긴 마찬가지다.

다양한 연구를 살펴보면 에코부머가 주거지를 선택할 때 기존의 베이비부머와는 다르게 직장과의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에게 직주근접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초과근무가 힘들고, 맞벌이부부가 많은 점 등 기존세대와는 다른 생활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베이비부머 또한 도심을 떠나고 싶지 않다. 고령화돼가는 베이비부머들에게 가장 중요한 서비스는 의료다. 대형병원에 대한 집착이 강한 우리나라는 당연히 노인들이 도심을 떠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대도시 도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심을 벗어난 노인들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도심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직주근접의 중요성이 더 커져 도심에 자리를 잡아야하는 젊은이들이 노인들과 주거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자녀들 학업 때문에 도심에 자리 잡았던 중장년층들도 자녀들이 분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심을 떠나지 않는다. 들어올 사람은 넘쳐나는데 떠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정부의 규제는 이러한 주거선호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규제로 인해 매물 잠김 현상이 극심하다. 하나의 아파트를 두고 세대 간 경쟁하는 양상이다. 대도시 도심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불을 지피는 것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감소다. 도시재생, 생활SOC 등 편법을 양산하지만 현재 가장 줄어드는 정부 예산이 도로나 철도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진보정권이 계속 집권하게 된다면 SOC투자는 복지예산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에 남는 것은 더욱 강한 도심회귀가 될 것이다. 모든 인프라가 다 갖춰진 도심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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