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은 모든 중산층의 로망이다. 우리 부모 세대는 더욱 그러했고 현재도 큰 차이는 없다. 물론 내 집 마련이 쉽다면야 로망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목표이기에 모든 중산층들의 꿈이 아니겠는가.

내 집 마련에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결과를 보면 대부분은 자금이다. 돈이 없으니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돈이 없어도 내 집 마련을 하는 분들이 주변에는 널려있고, 가능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이 없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다.

본인이 보유한 자금만으로 집을 구입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기에 더해 대출이나 전세 등 레버리지(leverage)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금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도 대출을 활용한다. 대출(전세)이란 지렛대의 역할도 하지만 위험을 분산시키고 수익률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심형석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심형석 미국 사우스웨스턴캘리포니아대학(SWCU) 교수.

사회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mortgage)을 받기도 쉽다. 일본을 예로 들면 가계가 보유한 모기지 잔액이 8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단다. 2018년말 모기지 잔액은 약 206조엔(약 2140조928억원)이다. 2018년 구입한 신축 맨션의 자기자금비중은 18.8%에 그쳤다고 한다. 일본의 신축맨션 수요자들은 평균적으로 81.2%의 대출을 활용해 집을 구입한다는 말이다.

미국의 전체 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적격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는 95%이다. 미국의 주택 보유자들은 평균적으로 본인이 소유한 집의 가치의 62%에 해당하는 모기지를 가지고 있다. 최초로 집을 구입했을 때는 이보다 훨씬 높은 비중으로 모기지를 활용했을 것이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은 100% 모기지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서울의 LTV비율은 30%로 줄어들었다. 70%의 현금이 있는 이들은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꿈도 꾸기 힘들다. 실지로 청약시장에서 부적격자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대출규제가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은 현금 부자들만이 새로운 아파트를 구입하게 만든다. ‘줍줍’이라는 말로 통용되듯이 부적격자가 나오면 현금부자들이 신규아파트를 주우러 다닌다. 여기에는 증여거래 또한 포함된다. 올해들어 3월까지 전국의 매매거래 대비 증여거래는 19.0%에 이른다. 서울 전체는 33.3%이며 강남구는 무려 80.9%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주택 수요자들은 서울을 기웃거리지도 못한다. 상대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은 최초 주택구입자 즉, 젊은 층일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올해 3월 현재 30대 이하의 전국 주택 매매거래 비중은 24.2%이다. 서울은 더욱 낮아 22.4%에 그친다. 안타깝게도 이 비중은 2014년 32.5%에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정보업체 질로(Zillow)가 발표한 '2018년 소비자 주택동향보고서(Consumer Housing Trend Report 2018)'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24~38세)가 주택 매매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에 이른다. 최초 주택구입자에서는 무려 61%가 이들이다.

이런 왜곡된 비중으로 인한 피해는 주택시장 전체에 미친다. 미국은 저가주택 가격 상승률이 고가주택보다 높은데 반해 우리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다. 미국은 주택매매거래의 주 계층이 밀레니얼세대로 본인의 자금사정에 맞는 저렴한 주택을 선호하는데 우리는 20~30대 거래비중이 낮아 고가주택이 더 많이 상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50억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가 9.13대책 이후 늘었다는 소식에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최초 주택구입자들에게 대출규제를 완화해 주택구입에 제약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주택시장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출규제 완화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고의 복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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