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저출산 해법 될까?
통일이 저출산 해법 될까?
  • 심형석 미국 SWCU 교수
  • 승인 2019.04.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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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인구감소 시점이 3년 앞당겨져 오는 2029년부터 총인구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올해부터다. 사망자가 출생아 보다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시작되고 최악의 경우 내년부터 인구절벽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또한 장래인구 특별추계로 발표된 자료이다. 시나리오보다 3년이나 빨라지게 된 현재의 추계를 고려한다면 모든 예상은 더 악화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고령화로 인해 사망자는 늘어나는데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87명, 2022년에는 0.72명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세계에서 합계출산율이 1 미만인 국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이 세계 인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이다.

정권마다 추진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본다. 이명박정부는 경제, 박근혜정부는 상식, 문재인정부는 인구일 것이다. 두루뭉술하게 모든 것을 건드리고 싶어하는 집권자들로 인해 단 한가지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시대적 소명은 가장 등한시 한다. 골든타임이 끝나가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할 중차대한 소명을 이제서야 돌아보면서 우왕좌왕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심형석 미국 사우스웨스턴캘리포니아대학 교수<br>
심형석 미국 사우스웨스턴캘리포니아대학(SWCU) 교수.

정책담당자를 만나면 반은 우스갯소리, 반은 진지하게 통일이 되면 인구와 저출산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고 큰 소리를 친다. 통일과 인구문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낮으면, 그래서 그렇게 정권의 명운을 걸고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구나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인구는 2573만명이다. 북한의 합계출산율도 1.94명이다. 1970년대까지는 우리가 높았지만 1980년대 이후 북한의 합계출산율이 우리를 추월했다. 정말 통일이 되면 인구문제가 해결될까?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반대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1990년 독일 통일 이전 서독은 인구가 6100만명, 출산율은 1.43명이었다. 동독은 인구가 1700만명으로 적었지만 출산율은 1.67명으로 서독보다 높았다. 하지만 통일이 되자 동독의 출산율이 급감한다. 1990년 1.49명, 1991년 1.01명으로 줄었다. 1992년 마침내 0.89명으로 1명 아래로 떨어지더니 1994년 0.83명으로 최저점을 찍는다. 통일 전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다행히 서독은 1.4명 선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동독의 영향으로 1994년 통일독일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계획경제에 익숙한 동독주민들이 시장경제 체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 동독주민들 입장에서는 통일은 희망적이긴 하나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새터민들의 적응과정을 생각한다면 이런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나원 관계자들에 의하면 새터민들의 한국 내 자립비중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자본도 없고 역량도 자본주의 사회에 맞춰져 있지 않은 북한주민들은 통일 후 하위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통일독일에서도 이런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한반도는 통일 이후 이런 경우가 더 많이 생길 것이고 이로 인해 저 출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동서독은 왕래라도 있었지만 남북한은 닫혀있고, 경제적 격차 또한 엄청나기 때문이다.

통일독일이 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하기까지 25년이 걸렸다고 한다. 동독지역의 출산율이 충격에서 벗어나 서독과 비슷하게 된 것은 2000년대 후반이었다. 인구통계는 30년까지 영향을 미치는 미래다. 현재의 왜곡된 인구구조는 지금의 출생아가 성년이 되는 30년 동안은 지속되고 악화될 것이다. 통일 이후는 여기에 다시 25년이 추가된다는 말이다. 통일이 인구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인구가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의 경우 밖에 없다. 이주민 유입과 결혼 형태의 다양화이다. 통일 독일의 경우도 33년만에 출산율이 1.5명대로 진입한 가장 큰 원인이 독일 내 외국국적 여성의 출산율 증가 때문이라고 한다. 동거, 사회적 계약 등 결혼 유형의 다양화도 긍정적이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법적 보장이 가능하면 결혼하지 않은 커플들의 출산을 권장하게 된다. 하지만 '선비의 나라'인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문제인정부가 끝나면 인구문제의 골든타임은 끝난다고 본다. 그 이후의 상황이 끔찍한 건 필자만의 우려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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