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올해 국내에 새로운 전자담배 제품이 속속 나올 예정이어서다. 그동안 필립모리스 '아이코스'를 선두로, KT&G '릴', BAT(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글로'가 선도해온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이후 내내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가 적다는 점이다. 국민 안전을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발표를 마지막으로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다. 한때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해 4분기 담배 시장 전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차지한 시장점유율이 9.3%나 됐다. 지난해 전체로는 10%를 달성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은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이 2022년에는 전체 담배시장의 33.2%를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국내외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담배제조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 미국 다음으로 큰 세계 3위 시장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세계 3위' 한국 시장 공략 나선 글로벌 업체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제품은 일본의 죠즈(jouz)다. 지난 17일 죠즈는 대표상품 죠즈20을 출시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죠즈는 1회 충전으로 최대 20개까지 연속 흡연이 가능하다. 또한 담배 스틱인 필립모리스 히츠와 KT&G 핏과 호환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왼쪽부터)죠즈, 쥴, 하카 시그니처 (사진=각 회사 홈페이지)
(왼쪽부터)죠즈, 쥴, 하카 시그니처 (사진=각 회사 홈페이지)

전자담배의 아이폰이라고 불린 쥴(JUUL)도 국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쥴은 2017년 7월 미국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2년만에 현지 점유율 70%를 기록한 제품이다. 쥴 랩스는 지난해 12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특허청에 쥴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최근에는 쥴 랩스 최고경영자(CEO)가 국내를 방문하기도 했다. 쥴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아닌 액상형 전자담배다. 궐련형 전자담배 특유의 찐맛이 없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강점으로 알려졌다.  

국내 토종브랜드인 하카도 신제품을 발표했다. 신제품 하카 시그니처는 쥴과 마찬가지로 액상형 전자담배다. 가열 디바이스 관리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전자담배 특유의 예열시간도 없앴다.

현재 신제품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만큼 업계간 경쟁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는 국내 빅3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흔들 수도 있다. 이에 필립모리스는 지난달 25일 기존 아이코스 2.4 플러스 가격을 1만원 낮추기로 했다. 특별코드 적용시 7만9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변경된다.

문제는 글로벌 전자담배 업체들의 계속된 국내 시장 진출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작 관련 정부 부처는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6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만큼 해롭다는 것이다. 식약처 발표인만큼 해당 발표는 많은 파장을 불러왔다. 실제로 궐련형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분기 9.7%에서 3분기엔 8.3%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담배업체들은 "식약처 발표 내용은 잘못됐다"고 반발했다. 일반 담배는 특성상 연기 수분량이 없어 궐련형 전자담배와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국제적인 검사 기준이 없어 기존 담배와 동일한 기준으로 검사했다"고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흡연자 습관에 따라 유해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애매한 주장도 문제였다. 이후 식약처는 새로운 연구 발표 없이 기존 전자담배가 유해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식약처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선 곳은 필립모리스다. 필립모리스는 해외 일상실험 등을 예로 들며 반박했다. 지난 지난 15일 필립모리스는 한 실험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 PHE)이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비교한 영상이다.

영상 속에는 일반담배 흡연으로 인한 치명적인 피해를 전자담배나 다른 유형의 금연 보조제를 사용해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2개의 용기에 각각 솜뭉치를 넣은 뒤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담배 연기를 불어 넣었다. 이를 통해 일반담배 흡연(smoking)과 전자담배 사용(vaping)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일반담배 연기가 들어간 용기 솜뭉치는 끈적거리는 검은 타르가 묻어 나왔지만, 전자담배는 증기에서 남은 얼룩 정도만 보였다.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일반담배를 흡연하는 것보다 95%가량 유해물질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담배업체들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감소했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국 공중보건국에서 발표한 광고(사진=유튜브)
영국 공중보건국에서 발표한 광고(사진=유튜브)

영국 공중보건국 존 뉴튼 (John Newton) 교수는 “전자담배를 통해 금연할 수 있는 수많은 흡연자들이 거짓 정보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며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위해성이 적다는 사실을 흡연자들에게 확실히 알려야 한다. 이번 실험은 일반담배의 높은 위험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英·日·獨 등 외국선 궐련형 전자담배 연구…식약처는 "연구 계획은 없다"

영국에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연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영국 공중보건국은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이 대해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17년부터 일반담배 대용으로 전자담배 사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중이다.

또한 영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House of Commons Science and Technology Committee) 발간 보고서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운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책과 규제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전자담배 사용 관련 연구를 지속하지 않으면 매년 영국인 흡연자 9만7000명이 죽이고 있는 것과 진배 없다고 발표했다. 현재 일본과 독일 등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재 식약처는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담배회사는 이익 때문이라도 유해성에 대해 설명하기 꺼려한다"며 "식약처가 이런 부분을 하나씩 다 해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 궐련형 전자담재에 대한 연구 계획이 없는지 묻자, "지난해 연구는 기획재정부 요청에 진행했다"며 "당분간 궐련형 전자담배 연구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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