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담배가 멋으로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유명 예술가들은 모두 담배를 물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이미지는 헐리우드도 한 몫했다. 영화 곳곳마다 미화된 흡연 장면을 배치했다. 모두 흡연에 대해 관대한 인식이 많아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담배에 대한 인식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담배가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중요 요인으로 지목받았기 때문이다.

담배의 기원은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아메리카 신대륙을 처음 발견한 콜럼버스가 1492년 유럽으로 들여왔다. 이후 담배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로 전파됐다고 알려진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전파된 시기는 학자마다 의견이 나뉜다. 다만 문헌 등을 통해 짐작해보자면 1600년대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담배를 부르는 별명은 남초, 담바고 등 다양했다. 특이한 점은 당시에도 담배 중독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담배는 한 번 시작하면 잊기 어려워 상사초라고 불렸다. 당시 담배는 담뱃잎을 곱게 썰어 곰방대 안에 넣어 태워 피우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생산한 시기는 1905년부터다. 공장에서 생산한 담배는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중 하나였다. 이후 한국인 경영자가 설립한 담배 회사들이 연이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곱게 썬 담뱃잎을 봉지에 담아 판매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소비자들은 이 담뱃잎을 신문지로 말거나 곰방대에 넣어 피웠다. 때문에 담배가게에서는 담배를 감싸는 종이를 따로 판매하기도 했다. 다만 종이가 얇고 필터가 없는 막궐련 방식이기 때문에 맛은 지금과 달랐다. 

초기 담배 제품인 무궁화와 승리(사진=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초기 담배 제품인 승리와 무궁화 (사진=보건복지부 홈페이지)

1958년부터 필터가 장착된 담배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종이 등을 말아 만든 필터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이후 품질 좋은 국산 필터가 나오며 불만은 사그라들었다. 1960년대는 새마을, 한산도, 거북선 등 다양한 국산 담배들이 시장에 선보였다. 특히 1980년에는 지금도 유명한 88시리즈와 솔, 도라지 등이 출시됐다.

물담배, 씹는 담배 등 기존 담배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담배에 밀려 소수만 찾는 제품으로 전락했다. 이후 담배회사들은 형태를 바꾸기 보다는 담배에 들어가는 첨가물과 필터 개발에 열중했다.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담배가 다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불로 태워 발생한 연기가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담배는 기존 불을 붙여 태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열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연기 대신 증기를 택한 것이다.

현재 전자담배에는 액상형과 궐련형 두가지 종류가 있다. 두 종류 모두 열을 이용해 발생한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어떤 물체를 가열하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액상형은 니코틴과 타르 등이 포함된 액상을, 궐련형은 압축한 담뱃잎을 가열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2003년 중국 루옌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업체들이 선보였다. 이들은 액상에 들어가는 니코틴을 점차 줄여나가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당시 많은 전자담배가 금연보조제품으로 둔갑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금연 효과는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 대체제일뿐 금연보제가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때문에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우편판매와 전자거래 방법으로는 액상을 구입할 수 없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와의 시장 접근은 조금 다르다. 궐련형 전자담배 업체들은 금연보조제 개념이 아닌 유해성분이 감소한다고 광고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실험 결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 시장 전체 점유율 중 9% 정도로 높은 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액상과 궐련의 결합하는 형태의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6일 KT&G가 발표한 릴 하이브리드는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에 한계로 지적받은 연무량을 대폭 개선했다. 디바이스에 결합된 액상 카트리지가 연무량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액상과 궐련의 장점만을 결합한 형태다.

액상과 궐련이 결합된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사진=KT&G)
액상과 궐련이 결합된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사진=KT&G)

담배는 점점 유해성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니코틴은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니코틴이 중독성을 제외한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니코틴 성분이 없다면 사람들은 담배 자체를 아예 끊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꽁초'로 대변되는 담배 잔여물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한 환경단체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버려지는 담배 꽁초 양은 3조7000억개다. 한 해 담배꽁초 수거 비용만 수 천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는 담배꽁초를 재활용하거나, 퇴비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만큼 관련 기술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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