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동부제철이 다시 회사 매각을 준비한다. 지난 3일 동부제철은 홈페이지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한 경영권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투자유치 계획을 공고했다. 채권단은 이번에야말로 회사를 판매하겠다는 각오다. 

동부제강 전신은 일신제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인 주창균 회장은 1942년 신일본제철에 입사해 철강기술자로 활동했다. 당시 철강 기술에 관한 많은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1954년 국내에서 생활 용품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1975년 냉연강판 제조업체인 일신제강을 설립했다. 이후 1982년 장영자, 이철희 어음 사기 사건에 연루돼 부도를 맞았다.

당시 채권단은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위탁경영을 요구했다. 포항제철이 이를 받아드려 경영권을 인수했다. 사명도 동진제강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당시 정부 산하기관인 포항제철이 매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유력후보 중 하나인 동부그룹이 동진제강을 인수했다. 사명은 동부제강이 됐다.

동부제철 (사진=동부제철 홈페이지)
동부제철 (사진=동부제철 홈페이지)

한때 동부제강은 승승장구하며 호재를 이어갔다. 2000년에는 수출 5억달러(약 5620억원)를, 2005년에는 수출 9억달러(약 1조116억원)를 기록했다. 그동안 항균성 컬러강판과 스테인리스 컬러강판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동부제철이 본격적으로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 시기는 200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 동부제철은 1조3000억원을 투자해 당진에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한다. 당초 제철소 건립에는 7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예상됐다. 부족한 자금은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변화하기 시작한 시장 움직임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동안 철강은 수요가 많았던 업종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밀려오며 철강 업계가 부진에 빠졌다. 여기에 그간 '큰 손'이었던 중국 시장 역시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곧 공급과잉 문제까지 겹쳤다.

결국 경영악화에 시달리던 동부제철은 2014년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이후 워크아웃까지 돌입했다. 채권단은 회사를 팔 방법을 궁리했다. 현재 동부제철은 산업은행(39.17%), 농협은행(14.90%), KEB하나은행(8.55%) 등 채권단이 지분 85%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실사까지 진행한 포스코는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2017년에는 이란 카베스틸이 동부제철을 인수할 것처럼 보였으나, 국제 이란제재와 임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때문에 아직은 동부제철 매각이 성사될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채권단은 자문사로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과 한국산업은행M&A가 공동선정했다. 매각 관련 비밀유지 확인서 제출은 18일까지며, 예비입찰제안서 제출기한은 21일까지다. 이르면 내달부터 본입찰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동부제철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다.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기업들은 동부제철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어놓은 상황이다. 현재 철강업계는 공급과잉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중국 또는 미국 등 외국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한 중국기업이 동부제철 매각건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냉연강판 (사진=동부제철 홈페이지)
냉연강판 (사진=동부제철 홈페이지)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동부제철이 국내 기업들에게는 메리트가 없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다를 것"이라며 "중국 업체가 인수할 경우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경우 "시설이 현지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입찰 대상자에 제한이 없어 해외 업체가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여러 언론에서 추측한 것처럼 해외에 매각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8일 현재 산업은행M&A와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 관계자와는 통화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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