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거리에는 벌써 온몸을 둘러싼 롱패딩을 입은 시민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우리는 ‘사상 최악의 한파’를 만날 예정이다.

기록적 폭염 이후 사상 최악의 한파는,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지난 8월 1일, 서울 기온은 38.8도를 기록하면서 최고 온도를 경신했다. 1907년 기상관측소가 설립된 이래 111년 만이다. 1907년 8월 1일에는 일제가 대한민국 군대를 강제해산한 날이다. 

2018년에 기록된 폭염일수는 31.5일로 2017년보다 약 120% 증가했다. 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을 기록하면 ‘폭염일’이라 정의하는데, 이는 한 달 동안 33도 이상이었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미세먼지는 덤이다. OECD의 ‘초미세먼지(PM2.5) 노출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기준 32㎍/㎥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으며, 1998년 이후 17번 조사 중 12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2019년 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기준 32㎍/㎥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으며, 1998년 이후 17번 조사 중 12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사진=dailygeekshow)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기준 32㎍/㎥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으며, 1998년 이후 17번 조사 중 12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사진=dailygeekshow)

1907년의 역사를 인류가 만들었다면, 2018년의 역사는 자연이 만든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온 ICT는 다시 자연을 향한다.

친환경 ICT, 이른바 그린IT에 대한 법적 정의는 없으나, 포괄적 의미로 보면 ‘IT의 친환경’을 의미한다. 

정보통신기술센터에 의하면, 전자책을 통한 수목 자원 보호나 이메일/ 통신을 통한 교통 관련 에너지 절감 등 'ICT로 인한 환경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고, ICT 기기의 생산량 억제 및 유해물질 저감이나 데이터센터 에너지 절감 등 'ICT로 인한 환경 파괴 효과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사실 산업 시대의 유물 중에서 환경 파괴적이지 않은 게 없다. 자동차를 비롯해 건물 등 우리 주위의 모든 게 반(反) 환경적이다. 이는 친환경의 답 또한 산업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주로 환경 오염 원인은 ICT 적용 정도가 낮은 분야에서 발생한다.(자료=ABB그룹)
주로 환경 오염 원인은 ICT 적용 정도가 낮은 분야에서 발생한다.(자료=ABB그룹)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 ICT로는 전기차를 들 수 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부터 전력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산업 ICT 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는 친환경ICT의 바로미터와 같다. 

게다가 자동차는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전기차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1월~9월 사이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580대를 기록해 이미 2017년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IITP)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IITP)

폭스바겐도 전기차로 간다

전기차 확대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장에 향후 5년 내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테슬라를 앞지르겠다고 선언했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CEO는 "내년부터 사실상 매달 신형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며, "모든 지역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공급하는 브랜드가 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약 50종의 전기차, 30종의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하고, 2030년에는  전 차종에서 전기차 모델로 출시한다고 목표를 세웠다. 또 폭스바겐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개발에도 총 500억 유로(65조992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1000만 대 이상의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가진 자동차 업계 큰손의 이러한 선언은 이제 전기차는 단순히 환경 파괴 방지가 아닌, 미래 산업의 흐름을 따른다고도 볼 수 있다.

자동차와 더불어 친환경의 반대에는 ‘건물’이 있다.

세계건물건축연합에 따르면, 건물은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의 30%,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한다.(2015년 기준) 이 또한 건물 내외부에서 소비되는 대규모 냉난방을 줄일 수 있다면 친환경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자연 (사진=위키미디어)
ICT 기술은 '자연'을 향해 가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에너지 관리는 곧 효율성

관련된 대표적인 ICT 기술이 '스마트 빌딩’과 ‘제로 에너지 빌딩’이다. 

'스마트 빌딩'은 건물 내 설비, 통신, 사무 자동화, 빌딩 자동화 등 4가지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건물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며, '제로 에너지 빌딩’은 신재생 에너지 활용으로 건물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공급하거나 단열 성능 극대화로 에너지 유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두 방식 모두 1990년대부터 소개됐지만, 구축 비용과 효율성 문제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사물인터넷, 기기 반도체 등 ICT 기술 발전으로 인해  프로세스 최적화, 에너지 효율성 향상, 센서를 통한 건물 상태를 감지해 작동하는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 등이 가능해졌다.

시장조사회사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스마트 빌딩 시장 규모는 93억 달러(10조 5천억 원), 제로에너지 빌딩 시장 규모는 620억 달러(70조 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건물 분야는 지금까지 ICT화가 현저하게 낮았기 때문에 더욱 잠재력이 큰 것이다.

정부는 2017년 1월 20일부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공공 건축물을 대상으로, 2025년부터는 일반 건축물에도 단계적으로 도입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로드맵 (자료=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로드맵 (자료=ZEB)

시장 관점에서 보면, ICT를 통한 에너지 관리는 효율성을 뜻한다.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필립 델롬(Philippe Delorme) 부회장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실패할 경우 기업 생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기업의 디지털 전환 역량이 미래 산업의 이니셔티브를 이끌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곧 기업 생태계의 변화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