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바티칸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을 채운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는 구름으로부터 신이 나와 땅의 인간에 닿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끝과 끝의 만남, 바로 엣지(edge)다. 

전 세계가 클라우드로 뒤덮인 이때, 엣지컴퓨팅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2062억 달러(231조 5,62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규모보다 17.3%가 증가한 수치다.

이렇듯 클라우드는 이미 대세다. 하지만 온 세상을 구름으로 채우지 않는 이상, 그 끝은 명확하다. 늘어나는 데이터만큼 데이터센터를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검색한 정보를 브라질에서 찾아오는 건 네트워크 낭비다. 아무리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도 바로 기기에 저장할 수 있는데 굳이 멀리 구름 속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엣지컴퓨팅이 필요하다. 

(사진=SK텔레콤)
클라우드컴퓨팅(좌)과 엣지컴퓨팅(우)의 구조 비교 (사진=SK텔레콤)

엣지컴퓨팅이란, 클라우드 컴퓨팅처럼 멀리 떨어진 데이터 센터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게 아닌,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단말기기들과 근접한 위치 혹은 내부에 컴퓨팅을 진행하는 걸 말한다. 말 그대로 ‘엣지’에서의 컴퓨팅이다. 지금까지는 단말기기에서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저장만 했지만, 이제 컴퓨팅 역할을 더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엣지컴퓨팅 예로, 자율주행차를 들 수 있다. 자율주행차량은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판단하며, 제어한다. 3단계로 구성된 자율주행 과정에서 차선과 같은 고정지물과 변동지물인 움직이는 주위 차량을 인지하는 동시에 주행 경로를 결정하는 한편, 엔진을 가감속하고 방향을 조정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 GPS, 음파 탐지기 등 엄청난 데이터를 생성하게 된다. 카메라 같은 경우, 초당 20~60MB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하루 동안 자율주행차가 만드는 데이터양은 대략 4TB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려면 4TB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컴퓨팅을 통해 적용해야 한다. 이때, 엣지컴퓨팅이 필요한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엣지컴퓨팅

기업 입장에서도 엣지컴퓨팅의 역할 중요하다. 소규모 공장이나 제조현장에서도 실시간 액세스를 통한 즉각적인 컴퓨팅 작업이 필요하다. 게다가 클라우드로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과도한 트래픽을 막기 위해서도 엣지컴퓨팅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T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스마트팩토리는 더욱 일정 부분의 엣지컴퓨팅 능력이 요구된다. 

권지웅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IT 사업부 본부장은 “엣지는 아키텍처 관점”이라며, "서비스를 하는데 있어 어떻게 효과적으로 컴퓨팅을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존의 리전도 엣지컴퓨팅의 일부분으로, 최대 엔드 유저에게 컴퓨팅 역할을 주는 것”이며, “사물인터넷(IoT)이 많아지면서 점점 엣지컴퓨팅 추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의 실시간 처리를 위해 엔드포인트에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MS, 구글은 이미 엣지컴퓨팅 중

이미 거대 IT기업은 엣지컴퓨팅 분야로 발을 내딛고 있다. 

지난 5월, MS는 개발자 컨퍼런스인 '빌드 2018’에서 비즈니스 전략의 하나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와 인텔리전트 엣지’를 제시했다. MS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기반으로 엣지컴퓨팅 영역까지 확보해 엔드 유저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미 MS의 자체 AI반도체 브레인웨이브(Brainwave)를 엣지컴퓨팅 솔루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MS의 애저 IoT 엣지 구조도(자료=MS, 한국투자증권)
MS의 애저 IoT 엣지 구조도(자료=MS, 한국투자증권)

이에 질세라 구글도 2개월 후, 클라우드컴퓨팅에 활용하던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사용자 엔드포인트 영역에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TPU는 구글의 자사 개발 반도체로 2015년 이후 데이터센터 기반의 클라우드컴퓨팅에서 주로 활용됐다. 

이미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한 시점에서, 이제는 얼마나 고속으로, 혹은 실시간으로 컴퓨팅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스마트시티 등 IoT 생태계의 실현 역시 컴퓨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MS의 브레인웨이브, 구글의 TPU 등과 같은 프로세서와 엣지컴퓨팅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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