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널리 알려진 동화 <빨간 모자>는 같은 별명을 가진 어린 한 소녀가 할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드리러 가며 늑대를 만나 겪는 이야기다. 

지난주, IT업계에서도 <빨간 모자>가 등장했다. 

IBM이 10월 28일(현지 시각) 오픈소스 SW 기업 레드햇(Red Hat)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던 IT 관계자들은 IBM의 시도에 놀라고, 인수 규모에 놀랐다.

인수 발표 당시,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레드햇 인수로 IBM은 클라우드 시장의 모든 것을 바꿔 세계 1위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니 로메티 IB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 레드햇 인수를 발표했다. 사진은 로메티 회장과 제임스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CEO. [사진 IBM]
지난 28일 IBM은 오픈소스 SW기업 레드햇 인수를 발표했다.
제임스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CEO(좌) 지니 로메티 IBM 회장 겸 CEO(우) (사진=IBM)

하지만 이미 클라우드 시장은 AWS의 독주 아래 비집고 들어갈 틈은 거의 없다. 시장조사기관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아마존의 AWS는 33%, MS는 13%이다. 

게다가 MS의 경우, 사티아 나델라 CEO의 지휘 아래 클라우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성과는 MS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의 2018년 3분기 매출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에서 알 수 있다. IBM은 올 초 공공 알리바바의 아리윈에게도 밀리며 5위로 전락했다.

투자인가? 베팅인가?

이런 시장 상황에서 38조 8000억 원(340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 금액이 전해지자, IBM이 기업 명운을 걸고 도박을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아무리 클라우드 시장이 확대 국면이라고 해도 무리한 베팅이라는 것이다.

IBM의 이번 인수 금액은 미국 기술 기업 M&A 사상 3번째로, 2015년 델의 EMC 인수액 670억 달러, 2000년 JDS유니페이스의 SDL 인수액 410억 달러에 이어진다.

폴 코미어 레드햇 제품·기술 부문 사장은 "IBM CEO 지니 로메티는 오픈소스 회사에 340억 달러를 쓰면서 기술이 아닌 사람을 인수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지만,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또 정장에 넥타이 중심의 수직적인 IBM 조직 문화와 반대인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레드햇 문화적 대립은 의심을 더했다.

어쩌면 정말 게임 체인저

하지만 IBM의 무리한 베팅이 과감한 투자라는 분석도 있다.

신현석 SK C&C 플랫폼 오퍼레이션 상무 역시 클라우드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현재 클라우드 시장 고객은 게임사와 E-커머스 기업”이라며, “여전히 엔터프라이즈 고객의 퍼블릭 클라우드 사용률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엔터프라이즈가 어떻게 클라우드를 활용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여전히 클라우드 시장은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IBM의 레드햇 인수는 미지의 클라우드 시장을 확보하기에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신현석 상무는 “현재 대부분 엔터프라이즈가 레드햇의 리눅스 기반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섣불리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하기 어려웠던 기업도 레드햇의 IBM이라면 충분히 클라우드 도입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마존의 AWS, MS의 애저를 사용하는 기업도 포섭할 수 있다고 봤다. AWS와 애저 서비스 역시 레드햇 바탕에서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퍼블릭 클라우드 부문과 더불어,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다”며, “아무래도 IBM이 레드햇을 통해 그 시장을 공략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굳이 기업이 퍼블릭 클라우드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프라이빗 클라우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향후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 (자료=market research future)
향후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
(자료=market research future)

이어 그는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도 좋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위한 구축 솔루션을 내놓기 위해 IBM이 투자할 것이라 보인다”고 밝혔다.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90%이상이 레드햇 제품을 사용할 정도이며, 각 기업은 레드햇으로부 유지 보수와 기술 지원을 받고 있다. 

오픈소스 없이는 SW도 못 만들어

오픈소스 활용 측면에서도 좋은 인수라는 분석도 있다. 

오픈소스 SW 기업 쿤텍의 방혁준 대표는 “이미 클라우드 생태계는 레드햇이 만든 리눅스 베이스 오픈소스”라며, “지금 오픈소스 없이는 성공하는 SW 만들지 못하는데 레드햇은 세계 1위 오픈소스 플랫폼 사업자”라고 말했다.

방혁준 대표는 그 예로, 페이스북을 들었다. 방 대표는 “만약 페이스북이 뉴스 필터링을 강화하고 싶다며 오픈소스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IBM은 레드햇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들의 방향성과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서버 시장에서도 레드햇을 활용, 호환성을 높여 델(Dell)이나 HP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델이 인수 소식을 듣고 뜨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빨간 모자>의 결말은?

IBM의 레드햇 인수 작업은 2019년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향후 레드햇은 독립적인 IBM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부서에서 운영될 계획이며, 제임스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CEO는 IBM의 경영진에 합류한다. 

동화 <빨간 모자>에서 빨간 모자 소녀와 할머니는 결국 늑대에게 잡아 먹히고 만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IBM과 레드햇이 쓰는 <빨간 모자>의 동화의 결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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