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는 지난달 글로벌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다음달 1일부터 빌딩자동화 사업본부(BT), 에너지매니지먼트 사업본부(EM), 전력 및 가스 사업본부(PG), 디지털팩토리 사업본부(DF), 공정산업 사업본부(PD)가 세 개의 운영 회사(Operating Companies)로 통합 설립된다.

이로 인해 앞으로 지멘스의 스마트팩토리 영업 채널과 전략이 전면 바뀐다.  

지멘스코리아에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담당하는 디지털팩토리사업본부 최유순 부장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최유순 지멘스 DF/PD 사업본부 부장
최유순 지멘스 DF/PD 사업본부 부장

“인수합병(M&A)은 거의 끝났고, 앞으로는 인수한 SW 기술과 지멘스의 전통 사업인 HW를 통합해 고객의 이익(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제조업체들이 디지털, 통신 기술을 도입(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할 때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멘스는 지난 10여년간 자사 컨트롤러, 인버터, 모터 같은 HW와 맞물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SW 업체를 상당수 인수했다. 디자인 및 시뮬레이션 툴, 생산관리시스템(MES) 등을 꾸준히 사들였다. 올해도 로우 코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멘딕스(Mendix)와 통신 프런트홀(fronthaul) 전문 테스트 업체  사로칼테스트시스템스(Sarokal Test Systems)가 지멘스에 편입됐다.

인수한 기술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제품 개발 및 디자인, 시뮬레이션, 시생산, 생산, 검사 및 테스트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지멘스 플랫폼을 도입해 생산시간(쓰루풋)을 단축하거나 불량률을 줄일 수 있다. 

조직개편은 플랫폼화를 위한 것이다. 영업 직원도 플랫폼 전반을 모두 알고 고객에게 제안하고, 디자인툴과 시뮬레이션 툴을 통합 판매하거나 PLC와 디자인툴을 패키지화 하는 등 변화를 준다.     

클라우드서비스 ‘마인드스피어’를 위한 생태계 확장 전략도 편다. 제조용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강력한 자사 플랫폼 우산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최 부장은 “지금까지 제조업은 클라우드 도입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제는 인식이 바뀌고 시장이 개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제조 솔루션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툴보다 엔지니어링 기술이 중요

지멘스는 내부적으로 기존 자사 제품과 새로 인수한 SW 기술을 통합하는 작업은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공룡 플랫폼화’를 얘기하는 이유는 제조 공장에서 중요한 건 결국 생산과 직결된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AI)보다는 물류, 조립, 정보(information) 수집 자동화 등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AI분석은 특정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한가지 솔루션에 불과하다고 본다.

HW나 SW에 특화된 경쟁업체들과도 경쟁 우위에 있다고 자평한다. HW와 SW는 서로 맞물려 구동돼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장은 HW와 SW의 연계의 중요성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상당히 고도화된 국내 반도체 라인도 전사자원관리(ERP), PLM, MES, POP 같은 툴은 잘 구축돼 있지만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은 아직 도입이 안 돼 있다”며 “장비에서 데이터 추출은 잘 하지만 PC에서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은 미흡해 디지털 트윈 역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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