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재구 기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은 구글이 생각하는 단순한 초저가 안드로이드폰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가 브랜드를 훨씬더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하이엔드 리퍼폰(refurbished phone)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두회사 리퍼폰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 신제품들이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두 회사의 리퍼폰 경쟁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고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리퍼폰의 4분의 3(75%)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하이엔드 리퍼폰이었다. 애플이 큰 차이로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13%의 성장세를 보인 중고 리퍼폰이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세를 가로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카운터포인트)

애플인사이더는 14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최근 보고서를 인용, 이같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리퍼폰은 13% 성장한 1억4000만대에 이른다. 이는 스마트폰 신제품 성장세가 고작 2%대에 머문 3380만대에 이른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지난해 애플의 새 아이폰 판매량은 보합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애플 회계연도 1분기)매출은 1% 하락했다. 업계 전반의 5% 수준과 비교할 때 미미했다. 하지만 애플 매출은 출하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3%나 성장했다. 699달러짜리 슈퍼프리미엄 아이폰8과 999달러짜리 아이폰X 모델 판매덕분이다.

이 뒷걸음질치는 단말기 판매 대수는 안드로이드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들에게 재정적 위협이 되고 있다. 보급형 저가 및 중급 스마트폰을 제조·판매하는 대다수 제조업체들이 아주 적은 돈을 벌거나 거의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 대수 유지가 점점 힘들어짐에 따라 모양과 특징에서 비슷해져 가는 중저가 안드로이드폰 제조사 간 경쟁은 점점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로인해 중국에서는 이미 100개 할인폰 업체들이 사업을 중단했다.

분석가들은 올해 더 많은 안드로이드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더욱더 격렬한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그나마 남은 시장을 확보하려고 애쓰는 동안 애플은 프리미엄폰의 강점을 내세워 리퍼폰시장에서 또다시 중저가 안드로이드폰과 경쟁한다. 마치 럭셔리자동차업체들이 자신들이 보증하는 중고 럭셔리카를 내세워 새로운 보급형 차와 판매경쟁을 벌이는 흐름과도 비슷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리퍼폰 보고서는 “중고폰의 25%가 시장에 되팔리고 있다”면서 “물론 이 가운데 일부만이 리퍼폰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새로운 중저가폰 시장이 애플의 하이엔드 아이폰 리퍼폰과 시장에서 부딪치고 있다(카니벌라이제이션)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하이엔드 리퍼폰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톰 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사는 “지난해 13%의 성장세를 보인 리퍼폰 물량은 전세계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10% 가까이나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신제품 출하량은 2%대 성장에 그쳤다. 배경에는 급성장한 리퍼폰 판매증가세가 있었다. (사진=카운터포인트)

기존 아이폰들의 제품 수명과 재판매 주기가 늘어나는 것은 일반적으로 애플이 향후 내놓을 새 주력폰 판매에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지난해 새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낮아진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리퍼폰의 성장세에 기인한다. 혁신이 주춤하면서 고객들은 2년 된 주력 스마트폰과 가장 최근 나온 중급폰의 디자인 및 성능과 비교해 보게 됐다. 이에따라 중저가 스마트폰 신제품 업체들은 대부분 애플 제품, 그리고 그보다는 덜하지만 삼성 갤럭시폰 같은 하이엔드 리퍼폰과 시장에서 카니벌라이제이션 현상을 겪게 된다”고 쓰고 있다.

톰 강 이사는 “애플이 신제품 구입능력이 없어 리퍼폰 아니면 저가 안드로이드를 사게 될 사용자들에게 리퍼폰을 파는데 유리한 이유 중 하나는 iOS 업데이트를 4~5년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는 구글을 포함해 안드로이드OS를 1~2년 정도밖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아이폰 신제품에는 빠른 프로세서와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iOS가 탑재된다. 안드로이드폰, 특히 저가 모델들에는 저능성칩이 들어가며 때로는 오래된 OS와 함께 출시된다. 이는 이미 메모리와 CPU작업을 관리하는데 이미 비효율적으로 된 경우가 많다.

애플은 단말기에 iOS를 4~5년 간 지원하지만 중저가 안드로이드폰은 1~2년 지원하는데 그치는데다 성능 떨어지는 부품을 사용하면서 애플과 삼성의 하이엔드리퍼폰 상대가 되지 못한다.

보고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우위는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보다 리퍼폰 시장에서 더 분명하다”며 “애플이 상당한 차이를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두회사가 리퍼폰 시장의 4분의 3 가까이(대수 기준)차지하고 있다. 놀랍게도 지난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마트폰 시장은 인도나 다른 신흥시장이 아닌 리퍼폰 시장이었다. 매출기준으로 볼 때 두 스마트폰 거인은 리퍼폰시장에서 8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두 회사의 리퍼폰 지배력은 더욱더 크다”고 쓰고 있다.

피터 리처드슨 카운터포인트 조사 이사는 “놀랍게도 지난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마트폰시장은 인도나 다른 신흥시장이 아니라 리퍼폰 시장이었다. 리퍼폰의 작용으로 올해 스마트폰시장성장세는 더욱더 주춤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리퍼폰이 가장 많이 팔린 지역은 미국과 유럽지역이며 가장 급성장하는 지역은 아프리카,동남아,인도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업계에서는 데이터분석을 통해 새 단말기가 장차 재판매될 가치를 예측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 회사가 제품을 되사주는(바이백) 가치가 보장된다는 의미다. 이는 소비자들이 최신 고가 주력 스마트폰 구매시 높은 비용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또는 적어도 다음번 스마트폰 구매비용을 상쇄하는데 유용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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