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임시장에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빅3'를 제외한 순위권 게임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중국산 게임이다. 대형 게임사 쏠림현상과 중국게임의 공습이 현재 시장의 키워드다. 특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의 전방위적 무역보복이 한국 게임산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도 중국의 판호를 얻지 못해 중국시장서 서비스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투데이는 ‘게임판다의 역습’을 통해 중국 게임공습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한국 게임의 생존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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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녀전선·음양사 등 중국게임 공습...무섭게 성장하는 中
2.중국만이 답은 아니다...'신시장 개척과 경쟁력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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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소녀전선, 음양사, 권력, 펜타스톰, 뮤오리진, 로드 모바일, 반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현재 구글플레이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20위 안에 안착한 성공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띄지만 중국에서 제작된 중국산 게임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모바일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도 있을까.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 뿐더러 대작 게임도 중국 정부의 견제에 묶여 진입 자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시장을 진출하려는 국내 모바일 게임은 중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해 중국내 서비스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중국에서 ‘판호’를 받지 못해 서비스 시작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다. 판호는 중국내 콘텐츠 검열을 담당하는 중국국가신문광전총국이 중국게임을 포함한 외국게임 서비스 여부를 판단하는 일종의 허가다.

일반적으로 캐주얼게임의 경우 1개월, 기타 게임의 경우 3개월 정도 걸리는데 한국이 지난해 7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고 나서는 수개월째 판호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모바일 게임뿐만 아니라 PC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 한마디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국내 게임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중콘텐츠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게임시장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7%증가한 997억 8000만위안(17조 1300억원)이었다. 이 중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6.3%였다.

중국이 이처럼 사드를 빌미로 국내 게임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게임물의 내용을 규제하는 동시에 중국 감성 위주의 게임을 성장시키고 중국 업체만으로 퍼블리싱을 제한함으로써 자국 게임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것이다. 한때 게임을 ‘전자마약’이라고 부르면서 강한 억압책을 펼쳤던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류명 엑슬라코리아 대표는 “중국 업체에 비해 한국 업체들의 판호 획득률이 사드 문제 이후 현저하게 낮아졌는데 판호 발급이 무제한 연기가 되면서 어떤 이유에서 연기가 되는지 알 수도 없다는 점에서 더 답답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시장 매출 규모 (사진=한중콘텐츠연구소)

판호만 문제일까?...중국게임 한국 앞질렀다

판호발급문제로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게임시장서 고전하는 것은 현재 눈앞에 직면한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중국게임이 이제 한국게임을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한국게임에 비해 조악할 것이라는 편견은 이제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6일 기준 구글플레이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20위권을 보면 중국산 게임이 7개로 선전하고 있다. 중국산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앱 시장 분석업체 앱애니와 뉴주에 따르면 텐센트의 왕자영요, 넷이즈의 몽환서유, 텐센트의 클래시 로얄은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 게임앱 1위부터 3위를 차지했다.

중국게임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국산업 보호정책과 같은 정부의 노력에 더해 민간 게임사들의 성장을 들 수 있다. 판호와 같이 정부 차원의 검열을 통해 자국 업체들에게 혜택을 줌과 동시에 외국의 뛰어난 인력을 데려와 기술 내재화에 성공했다는 것이 중국게임 성장의 배경이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중국 정부의 자국 게임산업 보호 기조는 현재 진행중인 사드문제 전에도 종종 있어왔던 일”이라며 “중국 내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려는 외국 게임기업의 외자법인이나 합자법인에 대해 판호를 늦게 내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했던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업체의 기술력 성장 역시 중국게임이 한국게임을 위협하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엄청난 자본과 인력으로 새로운 기술을 단시간에 습득해 고품질의 게임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산 게임 중 한국이나 타 국가에서 성공하고 있는 게임들의 중심에는 외부에서 영입한 스타 개발자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성공한 게임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사들을 가보면 꼭 한두명씩은 한국이나 외국서 영입한 스타 개발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개발자들의 기술을 중국 게임사가 습득한 후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술만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조선업에서 한국의 기술자들을 2~3배 높은 연봉으로 데려갔다가 기술 습득이 완료되면 더 이상 필요치 않는 것처럼 말이다. 최승훈 팔팔게임즈 대표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개발자들이 중국으로 많이 갔는데 이제는 중국이 많이 학습해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며 “일정 부분 노하우를 가져갔다고 생각이 들면 계약 연장을 안하는 방식으로 한국 인력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14일 기준 국내 인기 20위권 게임 중 중국산 게임 체크 표 (자료=류명 엑슬라코리아 대표)

중국게임 공습...중소게임사들은 더 막막

중국게임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선전함에 따라 국내 중소게임사들의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소녀전선과 같이 직접 국내에 들어와 서비스를 하는 게임에 더해 카카오게임즈의 ‘음양사’, 넷마블의 ‘펜타스톰’과 같이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중국 게임을 들여와 퍼블리싱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중국 게임을 들여와서 서비스한다는 것 자체를 문제시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중국게임 도입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외국 게임 도입에 일정 비용을 사용하면 국내 모바일 게임사 투자비용이 줄어들 수 있는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중소 모바일 게임사들은 현재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와 같은 대형 게임사들의 독과점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특히 플랫폼회사와 퍼블리셔에서 가져가는 수수료 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중국게임까지 들어와 경쟁하게 되면서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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