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임시장에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빅3'를 제외한 순위권 게임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중국산 게임이다. 대형 게임사 쏠림현상과 중국게임의 공습이 현재 시장의 키워드다. 특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의 전방위적 무역보복이 한국 게임산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도 중국의 판호를 얻지 못해 중국시장서 서비스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투데이는 ‘게임판다의 역습’을 통해 중국 게임공습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한국 게임의 생존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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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녀전선·음양사 등 중국게임 공습...무섭게 성장하는 中
2.중국만이 답은 아니다...'신시장 개척과 경쟁력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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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소녀전선·음양사 등을 앞세운 중국 모바일게임 공습에 맞서 국산게임은 새로운 시장개척과 게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갈등이 경제 문제까지 이어진 만큼 우리 정부의 대응도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이 기회에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국 이외의 시장을 개척하자는 주장의 근거에는 그동안 우리나라 게임회사가 너무 중국시장만 바라봤다는 점이 꼽힌다.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중화권은 게임수출의 33%를 차지하는 수출 1위 지역이다. 국산게임의 대중 수출의존도가 심한 편이다. 따라서 주식투자의 경우도 분산투자로 위험성을 줄이는 것처럼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찾아 특정 지역에서 잘 풀리지 않더라도 손실 만회가 가능한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훈 와이즈유(영산대) 가상현실콘텐츠 학과장은 “중국에서 외국산 게임에 판호를 지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10년 전 한국 PC온라인게임 강세 시절에도 일어났던 일”이라며 “상황이 어려운데도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의 성공을 통해 중국시장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온라인PC 게임의 사례를 보고 모바일 게임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승훈 팔팔게임즈 대표도 “중국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유럽, 북미, 남미에 더해 중동 시장까지 공략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먼저 게임사에서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관련당국 역시 번역, 현지 퍼블리셔 연결과 같은 지원책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도 “중동, 남미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토론회를 통해 시장 다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필요하면 중국 게임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김 의원은 “이제는 중국만을 겨냥해서 게임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림과 동시에 중국과 어떻게 협력을 통해 중국시장을 공략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모바일게임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에 대해 제로 베이스에서부터 다시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 수출 권역별 비율 (사진=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

모바일 게임 경쟁력 강화 필요...기술 주도 게임개발+콘텐츠 강화

국산 모바일 게임의 경쟁력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중국 모바일 게임의 콘텐츠와 수준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LCD에서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올레드(OLED)와 같이 한 단계 더 높은 기술수준의 디스플레이로 세계 시장을 다시 장악하는 디스플레이 업계처럼 말이다.

김정수 명지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모바일 게임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기술 주도의 리더십 확보와 다양성 강화의 두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며 “게임산업을 문화상품으로만 보지 말고 마치 제조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외국과의 경쟁서 이길 수 있었던 요인들을 게임산업에도 접목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1등을 쫓아가서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로는 중국의 게임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하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현재 4차산업혁명의 화두인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등을 게임에 잘 접목해 신기술이 가미된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콘텐츠 강화도 경쟁력 확보에 필수 요소로 꼽혔다. 국내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하거나 ‘스토리’가 있는 게임을 만들어 중화권 뿐만 아니라 북미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이다. 게임 내 재밌는 이야기를 풀거나 ‘확률형 아이템 방식’에서 벗어나 과금 없이도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 제작이 요구된다.

이재홍 숭실대 문예창작부 교수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는 출시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 천만명 이상의 유저들이 돈을 내고 현재까지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게임성도 좋지만 WOW안에 있는 스토리의 매력도 유저들 유지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롱런하는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의 중요성은 이미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의 원소스멀티유즈(OSMU)로 증명이 됐다”며 “10살 차이가 나는 연령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콘텐츠를 보면 재밌는 스토리로 롱런한다는 특징이 있고 이는 게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확률형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입해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방식도 바꿔야할 비즈니스모델(BM)로 지적됐다. 한국 모바일게임은 부분 유료화 방식의 확률형 아이템 구입이 RPG(역할수행게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게임에 적용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퍼블리셔들을 만나보면 한국게임이 너무 똑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대부분의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 방식을 사용하고 게임 자체에서 차별성도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한국 게임의 천편일률적인 BM을 지적했다

이승훈 와이즈유 학과장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넷마블 리니지2레볼루션의 BM은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구매해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방식인데 이런 방식이 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중국 게임사들은 현재 IP다변화, 최신 기술 접목, BM 다양화 등에 집중을 하고 있어 더 늦기전에 우리도 이전과는 다른 차별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5위에 올라있는 소녀전선 (사진=픽사베이 ·구글)

정부도 '사드' 문제 대응 등 적극적 움직임 보여야

중국에서 서비스 준비중인 모바일 게임이 중국의 사드 반발로 인해 ‘판호’ 발급이 늦어져 발이 묶여 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요구됐다. 게임업계 스스로 일을 해결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우리도 중국 게임에 대한 심의를 보다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승훈 팔팔게임즈 CEO는 “지금 정부에서 가장 발벗고 나서야 할 부분은 중국 정부에 게임산업의 문을 보다 활짝 열어 외국 게임사들의 중국 내 활동을 편하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라고 하는데 중국은 특수성이 있어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정부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수입되는 중국게임에 대한 심의를 보다 강화하는 방안도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노력 중 하나”라며 “사드 문제가 해결된 후까지 생각해 보다 체계적인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명지대 교수는 “과거 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는 PC온라인게임 외국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사업을 추진했었다”며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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