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가 국내외로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공개(ICO)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가상화폐 투자에 더욱 신중해야할 것이라는 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공개(ICO)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ICO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중국 금융 당국이 중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고 ICO 금지 조치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강력한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ICO가 중단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현재 이런 예상들은 모두 빗나가고 있다. 금융위의 ICO 행위 규제 발표 이후 지난 11일, 25일 각각 대규모 ICO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올해 중 서너개 이상의 ICO가 추가로 예정돼 있다. 해외의 경우 중국 외에 미국, 일본에서도 각각 관련법을 통해 ICO를 규제할 방침을 밝혔으나 글로벌 전역에서 올해만 수십개의 ICO가 예정돼 있다.

본격적인 ICO 규제가 시작되기 이전에 ICO를 계획해놓은 경우도 적지않아 기술이나 비전이 완비되지 않은 부실 ICO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ICO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투자에 성공하는 것이 아닌 만큼 ICO 투자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국가들의 ICO 관련 규제 (자료취합=디지털투데이)

국내외 금융당국 ICO 규제

지난 4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공정위원회,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총 11개 관계기관들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상화폐와 ICO에 관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특히 해당 규제안에는 ICO 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방침을 밝혔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기업공개(IPO)에 관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ICO와 IPO는 프로젝트 공개에 따른 지분을 매도해 투자금을 모집하고, 투자자에게 향후 투자 수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ICO는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해 온라인 상에서 투자자들에게 직접 투자금을 받지만, IPO는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서 투자금을 모집한다.

금융위는 가상화폐나 ICO에 대한 관련법 미비로 기존 증권이나 주식 등 금융투자 거래를 위한 '자본시장법'을 ICO에 적용, 지분증권·채무증권 등 증권발행 형식으로 이뤄질 경우 위반으로 처벌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뤄진 3건의 ICO는 새로운 가상화폐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거나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권리인 토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 추가로 예정된 ICO도 증권형태로 발행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즉 금융위가 자본시장법으로 ICO를 규제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금융위에서는 토큰을 제공하는 현행 국내 ICO가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 관련 TF를 통해 내년 중 추가로 ICO 규제 방법을 강구할 방침이다.

중국 금융당국인 인민은행도 지난 4일 ICO를 이용한 자금 조달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함께 ICO를 전면 금지했다. 중국 당국은 4일 성명서를 통해 "가상화폐는 중국 정부가 발행한 것이 아니므로 법적인 지위가 없으며, 화폐 용도로 시장에서 유통되면 안된다"라며 "모든 기업과 개인은 가상화폐 발행 등 금융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지금까지 중국 가상화폐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글로벌 ICO는 주춤거리고 있다. 특히 중국내 ICO는 현재 전면 중지된 상태로 스위스나 일본, 홍콩 등에서 ICO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ICO를 담당하는 주현태 써트온 전략기획팀 팀장은 "그동안 가상화폐 관련 ICO가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졌다"라며 "지난 4일 중국 정부의 규제 방안이 공개되고 나서 글로벌 ICO가 스위스에 비영리 재단 설립 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써트온에 따르면 스위스는 정부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확산을 위해 금융회사의 가상화폐 투자를 허용하는 등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가장 적다. 특히 최근 진행된 ICO 중 70% 이상이 스위스 크립토밸리에 비영리 재단을 설립해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이더리움, 코스모스 등이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7월 가상화폐를 증권법의 규제 대상이라고 밝히면서 ICO 규제를 위한 제반작업 마련에 나섰다. SEC는 IOC를 유가증권과 동일한 금융상품으로 보고, 기업들이 ICO를 하기 위해서는 IPO에 준하는 화이트페이퍼(백서)를 SEC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도 증권법의 규제대상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서는 SEC로부터 운영 허가가 필요하다.

일본 금융당국도 가상화폐 관련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 금융청은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안 마련과 함께 금융청 내 전담팀을 구성해 ICO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육성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가상통화교환업(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내용을 개정자금결제법에 담고 가상화폐와 ICO를 제도권안으로 끌어안아 규제와 보호를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ICO 규제 이전에 ICO 진행 봇물...가짜 ICO도 넘쳐나

국내에서는 올들어 3번의 ICO가 진행됐다. 먼저 지난 5월 블록체인OS의 '보스코인'을 시작으로 9월 11일 아이비즈소프트웨어의 '베리드코인', 9월 25일 글로스퍼의 '하이콘'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더루프의 아이콘, 엑사글로벌&몬스터웍스 '번코인', 미탭스플러스 '플러스코인' 등 올해에만 서너개 이상의 국내 ICO가 예정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의 추가 ICO 규제안이 나오기 전에 ICO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ICO가 예정된 가상화폐 리스트 중 일부 (자료=코인겟코)

현재 ICO 방식은 가상화폐 공개 이전에 프리미엄을 받고 선판매하는 '프리세일'과 가상화폐 거래소나 투자회사 등에 우선 판매하는 '프리프리세일'이 있다. 최근 글로벌 단위로 ICO를 진행한 테조스와 파일코인은 각각 2000억원이 넘는 프리세일과 ICO를 성공시킨바 있다.

ICO 이후 해당 가상화폐 실제 사용 여부 조사 결과 (자료=일본비트코인뉴스, ICO스탯)

지난 1일 일본 비트코인뉴스는 ICO 통계 사이트 'ICO스탯'의 자료를 통해 총 48개의 ICO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실제 사용 중인 워킹 프로덕트 ▲제품은 있지만 사용 유저는 없는 베타 ▲테스트 가능한 제품만 있는 알파 ▲제품조차없는 노 프로덕트 등 총 4가지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48종의 ICO 중 실제 제품이 존재하며 실사용자도 존재하는 워킹 프로덕트는 3종에 불과했다. 특히 ICO를 통해 자금은 받았지만 가상화폐가 없는 경우도 27종(56.2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워킹 프로턱트와 노 프로덕트의 투자금을 비교한 결과 오히려 노 프로덕트 쪽이 더 많은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ICO하는 업체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투자금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ICO 이후 가상화폐들의 수익 및 가치 현황 (자료=ICO스탯)

ICO스탯의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ICO를 진행한 스타투스, EOS 등 가상화폐 중 일부는 ICO 이후 가치가 하락했다.

주현태 팀장은 "가상화폐 거래소나 ICO 등에 투자를 하기전 투자자들은 다양한 경로로 정보 습득을 해야한다"라며 "금융 당국이 국내에서 규제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한 ICO가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외에서 수없이 많은 ICO가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추가로 진행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투자 실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중한 선택을 해야한다"고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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