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이 그동안 가상화폐 리플의 출금수수료(트랜잭션 수수료)를 0.01 XRP에서 1 XRP로 100배 상향했다. 이에 따라 리플을 거래하던 국내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 측이 갑작스럽게 수수료를 올린 이유가 수수료로 추가 이득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빗썸과 코인원 측에서는 해당 트랜잭션 수수료는 거래소 측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리플 운영사인 리플랩스의 네트워크 사용료로 지불된다며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단 리플을 취급하는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폴로닉스나 비트피닉스 등은 여전히 '0.15~0.01' XRP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당분간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별 수수료 차이 (자료취합=디지털투데이)

빗썸과 코인원은 리플 출금수수료 100배 상향...코빗은 상황 파악 중

빗썸과 코인원은 각각 지난 20일, 13일 리플 트랜잭션 수수료를 0.01 XRP에서 1 XRP로 100배 상향 변경했다. 코빗은 현재로썬 리플 출금 수수료 상향 계획은 없는 상태나 상황에 따라 비슷한 수준으로 변경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리플 트랜잭션 수수료의 상향 전후를 간략하게 비교해 보면, 21일 오후 11시 기준 리플의 가격이 1 코인당 205원을 기록한 상황에서 이전까지는 10 리플을 출금할 경우 거래수수료 0.15%와 트랜잭션 수수료 0.01 XRP를 더해 309.55원(307.5 + 2.05)을 최종 수수료로 지불하고 1740.45원을 받았다. 하지만 변경된 트랜잭션 수수료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트랜잭션 수수료가 1 XRP로 상향된 탓에 이제는 10 리플을 출금 할 경우 최종 수수료 512.5원을 제한 나머지 1537.5원만 받을 수 있다.

빗썸 측은 "최근 리플의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탓에, 신속한 거래 처리를 위해 트랜잭션 수수료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라며 "빗썸 내부 시스템 상 리플 거래가 원할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자동으로 최적의 수수료를 설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플 트랜잭션 수수료가 거래소마다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거래소마다 처리하는 리플 거래량에 따른 것"이라며 "트랜잭션 수수료를 올리면 리플 거래 처리시 우선권을 갖게 돼 보다 원할한 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리플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거래 처리 지연 현상이 거래소를 중심으로 발생했고, 거래 처리 지연에 따른 고객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트랜잭션 수수료를 올려 처리 우선권을 가져왔다는 의미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일반적인 가상화폐들은 거래소 내부 거래 외 출금이나 타 거래소로 지갑 이동 등을 할 경우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노드에 거래내역을 분산 저장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노드 등록을 위해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덧붙여 보내게 된다. 흔히 수수료를 많이 붙일 수록 네트워크에 거래내역이 더 빨리 확산이 되고, 최종 거래가 완료되게 된다. 단, 이 경우 가상화폐(토큰)에 붙여서 보내는 수수료는 해당 토큰을 채굴한 채굴자가 갖게 된다.

리플은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수수료를 받아서 코인과 소멸하는 방식으로 운영

기본적으로 리플은 리플랩스라는 운영업체가 존재하며, 이 업체가 코인을 중앙에서 제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이 채굴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코인이 생성되고 네트워크에 확산된다면, 리플을 채굴 없이 리플랩스가 처음부터 1000억개의 코인을 발행한 상태에서 시작된다. 현재 리플랩스 측이 전체 코인의 약 62%를 보유하고 있고, 진행 단계에 따라 리플 코인을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코인의 움직임을 관리하고 있다.

리플랩스에 따르면 1 XRP로 10만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고 평균적으로 1초당 1000번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리플은 악의적인 네트워크 공격이나 과도한 네트워크 사용을 막기 위해 출금 거래시 0.00001 XRP를 수수료로 지불하도록 리플랩스 측이 설정해 뒀다. 재밌는 점은 해당 수수료는 거래된 리플 코인과 함께 소멸하게 된다. 지난 2013년 리플이 1000억개의 코인을 발행하며 시작했지만, 거래에 따른 소멸로 인해 현재 999억9334만4402개의 코인이 존재한다.

코인원 측은 "리플의 경우 거래소나 운영 주체인 리플랩스 측이 해당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리플은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수수료를 함께 소멸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리플 트랜잭션 수수료는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리플 네트워크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운영 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이는 거래소가 아니라 운영사인 리플랩스가 담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빗썸과 코인원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리플 거래량에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의 리플 거래 처리 지연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플 트랜잭션 수수료를 높인다면 거래 처리 우선권을 가져올 수 있어 처리 지연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리플 총 발행량과 거래소별 리플 거래량 (자료=XRP차트)

글로벌 리플 거래량을 살펴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25.24% ▲폴로닉스 15.43% ▲크라켄 11.49% ▲비트렉스 10.57% ▲비트스탬프 7.94% ▲비트피닉스 7.11% ▲코빗 6.13% ▲코인원 5.83% 순이다.

자료를 공개 중인 폴로닉스, 비트 피닉스, 비트스탬프의 리플 트랜잭션 수수료를 살펴본 결과 각각 0.15 XRP, 0.01 XRP, 0.0012 XRP 등으로 설정돼 있다. 리플 운영사인 리플랩스는 공식적인 트랜잭션 수수료로 0.00001 XRP를 정해뒀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마다 자율적으로 수수료 조정이 이뤄진다.

특히 폴로닉스나 비트피닉스, 비트스탬프 등은 코인원보다 리플 거래량이 많고, 이들을 모두 합치면 빗썸의 리플 처리 규모를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이들 거래소는 아직 거래 처리 지연을 막기 위해 트랜잭션 수수료를 올린다는 계획은 밝힌바 없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리플의 가격이 워낙 낮은만큼 국내 리플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라며 "리플랩스 측에서 네트워크 트랜잭션 부하가 많이 걸려 트랜잭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트랜잭션 수수료를 올리도록 유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어 "어짜피 코빗이나 빗썸, 코인원 등이 트랜잭션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내는 트랜잭션 수수료는 리플랩스에게 그대로 전해지게 된다"라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나 리플랩스가 수수료를 높여 돈을 벌려는 목적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가상화폐를 사고팔때마다 '거래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일정 요율로 수익을 거둬가고 있다.

거래 수수료에는 크게 메이커 수수료(Maker Fee)와 테이커 수수료(Taker Fee)로 구분된다.

메이커 수수료는 투자자가 오더북에서 곧바로 체결 가능한 매수나 매도 호가보다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주문해 실시간으로 매수나 매도가 체결되지 않는 주문을 할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를 의미한다.

반면, 테이커 수수료는 이미 오더북에 올라와 있는 가격, 즉 시장가격으로 주문하는 경우로 매수나 매도를 즉시 처리하고자 할때 발생하는 수수료다.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대부분 거래 금액에 따라 메이커 수수료와 테이커 수수료를 차등 제공한다. 예컨대 거래량이 많은 투자자들은 수수료도 낮아지게 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경우 메이커와 테이커 수수료는 해외 거래소에 비해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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