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가치는 '소통'이다. 이전 정부의 '불통'이 초래한 국민적 비극의 참담함을 알기에 소통의 가치는 더욱 커 보인다. 문 대통령은 소통을 기반으로 높은 지지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때로는 결과의 완성도 보다 과정의 투명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열쇠가 된다.

이러한 새 정부의 소통 코드가 모든 정부부처로 퍼져 나가는 모양새다. 기자의 취재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미래창조과학부 시절 해당부처의 공무원들은 소통에 있어서 나쁜 점수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새 장관이 취임한지 50여일, 문재인 정부의 장관은 소통에 대해 꽤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리고 실장, 국장, 과장 등등 모든 직원들이 더 나은 소통을 하기 위해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의 한 국장급 인사는 "일 하는 방식이 바뀌어서 조금 힘들어도 세상이 바뀌었으니 따를 수 밖에"라며 웃음 섞인 하소연을 한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소프트웨어진흥원장, LG CNS 부사장 등을 역임한 비공무원 출신 장관이다. 임명 당시 '장관감으로는 조금 가볍지 않나'라는 의견을 적지 않게 들었었다. 기자 역시 이러한 선입견으로 29일 첫 장관 간담회에서 인사를 나눴다.

선입견은 첫 만남에서부터 깨졌다. 말 그대로 선입견이었다. 물론 아직 그의 능력을 판단할 만한 여건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들도 이미 나왔던 뻔한 내용들의 반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보여준 것처럼, 그 역시 소통에 있어서 남다른 인상을 주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시간 제한 없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눈 것,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안에 대해 설명을 한 것, 처음 인사하는 기자들과도 개별적으로 최소한의 시간을 배분해 덕담을 나눈 것 등 기존 고위급 공무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해당부처의 공무원들에게 전해 들은 내용 또한, 쉽게 변하지 정부조직의 변화 가능성을 기대해 보게끔 했다.

과기정통부는 보통 2주에 1차례 간부회의를 진행한다. 이는 미래부 때 부터 그래왔다. 유 장관은 간부회의의 이름을 '공유 회의'로 바꿨다. 이는 단순히 보고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학과 정보통신 분야 모든 간부들이 정보를 공유하자는 의미다. 또한 이 회의에는 그동안 참석하지 않았던 부처내 젊은 주무관 사무관들이 '주니어 보드' 자격으로 참여해 주요 사안에 대해 공유하고 회의한다. 아직 충분한 토론이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또한 유 장관은 주요 사안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지부진 했던 정책 사안을 소통을 기반으로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아직도 왜'라는 TF는 10년 째 바뀌지 않는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진흥책을 해결하기 위해, '내 일은' TF는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의 일자리 창출 해결을, '어떻게 할래' TF는 낭비되고 있거나 변화가 필요한 분야의 예산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해결하고자 꾸려졌다. TF의 이름을 재미있게 지음으로서 TF 참가자들의 소통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이렇듯 유 장관은 일 하는 방식을 바꾸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정책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 장관은 "취임해 보니 직원들 업무의 70% 가량이 보고서 작성 등 단순업무였다. 그래서 불필요한 서류작업을 줄이고 현장에 직접 나가는 실질적 업무를 70% 가량으로 높이려고 한다. 실무자의 적극적인 현장 파견교육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 유 장관은 공유회의에서 장관에게 보고하는 서류를 단 1장으로 줄이도록 지시했다. 과기정통부의 23개국이 해당 국의 현황을 1장씩 보고만 해도 23장의 보고서류가 필요하다. 이를 각국별 키워드로 정리해서 1장에 보고하게 되면, 오히려 공무원들은 이 보고를 위해 더 상세히 업무파악을 해야 한다. 서류작업은 줄고 현장지식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아직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일들의 성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제 갓 출항한 상선처럼 풍랑에 어떻게 대응할지, 어떠한 무역적 성과를 안고 돌아올 지 알 수 없다. 이 부처는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인 정보통신산업을 주관하고 있으며, 4차산업혁명의 주무부처다. 미래 국가경쟁력을 책임질 과학기술의 주무부처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서 보여준 것 처럼 '불통'의 사례도 존재한다.

그 임무가 막중한 만큼 책임도 무겁다. 그래서 소통이 더 중요하다. 공정하게 정책을 펼치고,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한다면...그러기 위해 일 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유 장관이 간담회 첫 인사에 강조했던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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