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두고 이동통신사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장 행정처분을 코앞에 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안 시행을 둘러싸고 양 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는 소송이라는 단어를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원안대로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주도권이 점차 정부 측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용할 권리를 사업자에게 할당‧분배하는 주체입니다. 이동통신사는 그 주파수를 할당 받아 사업하는 기업입니다. 이는 정부가 통신요금 결정에 개입하는 근거가 됩니다. 정부는 공적 자원인 주파수를 독점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은 이통사가 혜택을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길 원합니다.

지난달 말 통신 3사 수장을 차례로 만났던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재차 미팅을 요구하는 것도 통신사의 이같은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동통신 3사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두고 이동통신사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정부는 특정 주파수를 할당 할 때 신청 기업에게 영업계획과 기술계획 등을 명시하도록 하고, 해당 기업의 재무 역량과 기술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통신사는 평가 대상입니다. 이들은 내년에 5G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통신사는 정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이같은 정부의 권한을 활용, 향후 5G 주파수 경매 시 통신사업자들의 통신비 인하 성과와 계획을 평가항목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곳은 이동통신 3사와 일부 관련업계 및 학계만이라는 점도 부담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통사의 편이 적은 반면, 정부는 약 6200만명에 달하는 대다수 통신가입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에 반한다는 것은 곧 국민적 요구를 등지는 모양새가 됩니다.

물론 다수가 요구한다고 해서 그 정책이 반드시 옳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허나 국내 시장에 의존해야하는 통신사 입장에서 통신비 인하에 무작정 반대하기 어려운 입장에 처했습니다.

모든 여건을 고려할 때 통신 3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럴거면 통신기업을 왜 민영화 했나’ '차라리 국영 통신사를 만들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업계 내부에서 들립니다.

통신비 인하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격화될 전망입니다. 유영민 장관은 오는 22일 대통령 업무 때 요금할인율 인상안 행정처분, 취약계층‧고령층 요금 감면 등 통신비 절감 대책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 10월 국정감사에서도 통신비 이슈는 반드시 언급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면초가에 빠진 통신 3사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오늘도 고민은 깊어집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