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대표적인 민생 정책 공약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두고 말이 많다. 관련 업계에서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만큼 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통신비 인하를 바라는 시민단체의 호응은 마치 '여론'처럼 작용하는 듯 하다.

이 시점에서 통신 소비자들, 즉 휴대폰을 사용하는 대다수 국민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사용해 왔던 휴대폰 통신요금이 비싸게 느껴지느냐"에 대해서다. 상대적이다. 어떤이는 비싸다 할 것이고, 또 어떤이는 적절하다 할 것이다. 대신 가격 대비 성능 '가성비'도 고려해 보자.

현대인이 살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입고 먹고 자는 '의식주'다. 그리고 교육이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면 휴대폰을 통한 통신과 소통이 아닐까. 이제 통신 서비스도 의식주 범주에 가깝게 다가섰다. 의식주 및 교육 관련 정책과 맞먹는 정부의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공약 이행 과정을 보면, 다른 분야의 정책과는 사뭇 다르다. 통신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먼저 내세우고, 그 정책에 따른 요금인하를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서비스 요금을 내리라는 고압적인 태도와 강압적인 정책이 두드러져 보인다. 시장과 산업을 고려한 '협의'는 찾아 볼 수 없다. 정치에서 '협치'가 필요하 듯 경제 분야에서는 협의가 필요하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는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통신비 인하를 강행하면서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일자, "법을 고쳐서라도 방법을 찾겠다"라는 초법적인 언행을 보이기까지 한다. 과연 이러한 행태가 '경제민주화'에 얼마나 부합할까 의문이다.

우리나라 통신비는 비싸지도 싸지도 않다. 품질과 가치에 대비한다면 싼 편이고, 휴대폰 할부비용과 부가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통신관련 비용은, 가계지출의 5.6%로 부담이 된다. 통신비에 대한 국민의 부담이 크다면, 정부는 국민과 업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세워서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게 맞다.

'알뜰폰' 시장도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보면 적절한 정책이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경쟁을 활성화 시키고, 시장에서 요금이 자연스럽게 인하되고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몫이다. 민생 정책으로 가계통신비만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산업 상황을 고려해서 결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된 유영민 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대로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내정자는 업계에 '협조'를 구해 다양한 통신비 인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언급했다.

유 내정자는 국내 1세대 최고정보책임자(CIO) 출신에 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과 ICT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 인재다. 새 정부의 인사이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 의지는 강할 것이다. 다만 상식에 맞는 그리고 시장경제와 논리에 맞게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를 해본다. 민간 기업과의 발전적 협의도 할 것이라 기대한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높은 만큼 그에 대한 기대도 크다. 새 정부의 경제 산업 정책과 그 과정은 과거 정권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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