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본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통신비 인하 공약을 이행하는데 난항을 겪으면서 점차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기본료 폐지는 이동통신사가 극구 반대하면서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일선 휴대폰 판매점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통신 요금이 무리하게 낮아지면 판매 현장에 배정된 몫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들은 통신비 인하가 휴대폰 소매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 판매점들의 목소리도 청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0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3차 보고를 받았으나 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 13일 이후 다시 보고 받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미래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을 마련하기 노력하긴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래부는 국정기획위에게 “고민의 흔적이 부족하다”고 강하게 비판받아 온 탓에 이번에는 공약을 이행할 묘안을 가져올 것으로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기본료 폐지가 업계 이해관계자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미래부는 이번에도 뾰족한 수를 가져오지 못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본료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이고, 국민적 요구도 큰 만큼 어떻게든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휴대폰 판매점은 이동통신사의 통신 요금이 무리하게 낮아지면 판매 현장에 배정된 몫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본료 폐지 논의가 길어지면서 이동통신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일선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 등 휴대폰 소매업에 종사하는 통신업계의 ‘을’에게도 이같은 상황이 편치만은 않다. 기본료 폐지로 이동통신사의 수익이 하락하면 가장 먼저 마케팅 비용 등 외부로 나가는 지출을 줄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소매업자들의 수익은 판매 장려금(리베이트), 관리 수수료, 업무 대행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이 비용은 이동통신사의 통신 요금에 포함된다. 기본료 폐지 등으로 인해 가계통신비가 감소하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월 1만1000원의 기본료가 폐지되면 이동통신사의 수익은 7조원 가량 줄어든다고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722억원으로, 기본료 폐지 시 영업적자에 직면한다.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의 요금에 일선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몫이 포함된다”며 “이동통신사가 기본료 폐지 등으로 인해 손해를 입게 될 상황이 오면 어떤 비용을 줄이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 모(30‧남)씨도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가장 쉽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게 마케팅 비용”라며 “요금이 인하되면 광고, 현장 리베이트 등에 사용되는 비용을 줄이게 되고 판매점 입장에선 생계 유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휴대폰 소매업 종사자는 6만630명이다. 이들이 부양하는 가족까지 고려하면 대략 20만명으로 추산된다.

휴대폰 소매업계는 통신비 인하 논의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국정기획위가 이동통신사와 미래부, 시민단체 등의 의견만 청취하고, 정작 휴대폰 판매 현장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휴대폰 판매점은 소비자와의 접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생활밀접업종”이라며 “통신비 인하 방안을 마련할 때 중소 휴대폰 판매점들에게 미칠 영향도 함께 논의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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