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기본료 폐지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는 통신비 인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사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이 나서 기본료 폐지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힘을 보태고 있다.

이통 3사는 기본료 폐지만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알뜰폰업계 또한 기본료가 사라지면 경쟁력을 잃은 알뜰폰 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기본료 폐지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개정하는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이동통신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이날 이후 미래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대책을 담은 업무 보고를 다시 받는다. 미래부의 보고는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세 차례 보고에서 국정기획위는 “통신비 인하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재차 미래부를 밀어부쳤다. 미래부의 3차 보고가 있었던 지난 10일,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묘안이 나올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번에도 국정위는 미래부를 돌려보냈다.

그만큼 기본료 폐지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첨예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국정기획위는 문 대통령이 기본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다면 현행법을 고쳐서라도 공약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지난 9일 “(통신비 인하) 공약을 이행하려면 법을 고쳐야하는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며 “법이 고쳐지지 않아 (공약 이행이) 안된다면 고쳐서라도 이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등도 이통사가 기본료를 폐지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본료 폐지가 2G‧3G에 국한되선 안되며 LTE 등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확대할 것을 국정기획위에 요구하고 있다.

미래부는 국정기획위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곤란한 입장이다.

기본료 폐지, 이해당사자간 한 치의 양보 없어

미래부는 국정기획위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곤란한 입장이다. 정부의 기본료 폐지 요구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세 차례 업무 보고에도 국정기획위에게 합격점을 받지 못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미래부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가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것은 알고 있으나 이를 실현할 명분과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동통신사는 강하게 반발한다. 기본료 폐지 시 영업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KT는 최근 공공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AP) 10만개를 오는 8월까지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등 다른 방안의 통신비 인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기본료 폐지는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공산이다.

이를 지켜보는 알뜰폰업계와 일선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은 좌불안석이다. 알뜰폰업계는 이통사의 기본료가 사라지면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것을 우려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700만명 이상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일선 판매점‧대리점은 이동통신사의 이익이 줄어들면 판매 현장에 배정된 몫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이사는 “기본료 폐지는 이통사의 요금에서 월 1만1000원을 내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갈등이 깊은 만큼 서로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기본료 폐지에 대한 대안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기본료 폐지를 바라보는 알뜰폰업계와 일선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은 좌불안석이다.

기본료 폐지 강행에 여‧야 모두 우려

통신업계와 시민단체, 관할 주무부처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논란만 커지자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기본료 폐지에만 집중돼 업계에 혼선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2일 국정기획위에 기본료 폐지 외 통신비 인하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 데이터 이월 등 다른 대안도 심도 있게 다뤄야 하며, 논의에서 제외된 알뜰폰 업계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알뜰폰 업계는 기본료를 폐지하는 대신 알뜰폰에 대한 투자를 늘려 통신비를 인하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당 차원에서 기본료 폐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기본료 폐지 강행에 대한 우려와 함께 통신비를 인하하는 다른 대안을 제시된다. 제 4이동통신사 설립 등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대선 후보 당시 선보인 통신비 인하 방안이 다수 포함된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관련, 미방위 소속 의원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전체 의원의 입장을 수렴해서 입장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통신비 인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7가지 대책을 선보일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대선 후보시절 발표한 공약과 중복되는 게 많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하는 과도기에 이통사들이 5G 투자 여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손꼽히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다. 기본료 폐지로 인해 이통사의 수익이 감소하면 5G를 재투자하는데 지장이 발생하고, 글로벌 5G 기술 선도 경쟁에서 뒤쳐져 통신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요 주장이다. 이에 기본료 폐지는 단계적이고 중장기적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은 대선 때부터 기본료 폐지를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해왔다”며 “기본료를 폐지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혹은 취약 계층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단통법 개정안이 더 현실적인 대안 될 수도

이에 기본료 폐지만이 통신비 인하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기업인 이통 3사에 강제로 기본료를 낮추라고 무리하게 요구하기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단통법 개정안으로 통신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각 정당이 제시한 단통법 개정안만 총 17가지다.

여기에는 단말기에 제공되는 지원금의 상한제를 폐지하고 위약금 상한액을 정하는 개정안이 포함된다.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는 이통사 간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가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6개월 이내에 통신 할부 약정 계약을 해지하면 받은 지원금 전체를 반납해야하는 위약금 제도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도 통신 소바자에게 긍정적이다. 또한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늘리는 방안도 있다.

이외에도 이용자들이 이동통신사와 신용카드사가 제휴를 통해 단말기 할부 수수료 전액을 무이자로 제공하는 제도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과 단말기 제조사가 단말기의 판매가격을 외국과 다르게 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안을 담은 개정안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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