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이동통신 업계가 난리다. 새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담당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통신비 인하를 두고 미래창조과학부에게 업무보고를 네 차례나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나지 않았다.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가 가계 통신비 인하 안에 들어있다.

가계 통신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한 종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주제로 방송을 했다. JTBC 비정상회담은 지난 19일 방송을 통해 우리나라 통신 요금이 과연 비싼지에 대해 각국 외국인 출연자들과 토론을 했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나라 상황을 사례로 들며 우리나라 통신 품질과 가격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OECD 주요 국가 중에서도 높은 품질과 낮은 요금을 갖췄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비싼 것은 통신비가 아니라 스마트폰이다. (사진=플리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의 통신 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유는 '가계 통신비'에 대한 개념 혼란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스마트폰 분할 납부금과 부가 서비스, 그리고 통신사에 내는 통신비 모두를 합쳐 가계 통신비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출고가가 100만원대에 육박한다. 출고가가 100만원에 지원금이 1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실제 구매가는 90만원이다. 이를 24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3만7500원이다. 스마트폰 가입자의 월 통신비가 7만원이 훌쩍 넘어서는 이유다. 만약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선택할 경우 한 달에 스마트폰 비용만 4만1000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고가의 스마트폰을 선호하고, 출고가 또한 해외에 비해 싸다고 볼 수 없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전에 출시된 갤럭시노트2의 경우 출고가가 108만9000원이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이전에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시장가치에 비해 출고가를 높게 설정하고 리베이트 등을 과다하게 살포해 시장 혼란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당시에는 불법 지원금을 받지 않고 정가에 구매하면 '호갱'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제조사와 함께 리베이트를 같이 부담해야 하는 이통사는 스마트폰을 싸게 구입하는 대신, 고가 요금제 가입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처럼 시장이 혼탁해지다보니 정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규제를 빼들었다. 바로 단통법이다. 단통법은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구입비용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고, 제조사의 지원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분리공시제는 도입조차 하지 못한 채 반쪽짜리로 시작됐다. 이동통신 유통시장에 대한 규제만 있었다. 다만 단통법 이후에 출시된 갤럭시노트5의 출고가는 89만9800원으로 이전보다 확연하게 내려갔다.

아직도 우리나라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비싸다고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말한다. 출고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제조사의 지원금이나 리베이트를 공시하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돼야 한다. 지원금 상한제를 도입하고 선택약정할인을 새로 등장시킨 것 역시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낮추기 위한 정부의 의도였다.

단언컨대 우리나라는 가계 통신비가 비싼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비싼 것이다. 정부가 강압적으로 추진하려는 현재의 통신비 인하 방향은 중장기적으로 통신 품질의 저하와 통신산업 발전의 발목만 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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