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최근 불법 보조금이 뿌려지고 있습니다. 통신사를 바꾸고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는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갤럭시S8이 20만원 안팎이면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갤럭시S8(64GB)의 출고가는 93만5000원인데 6만원대 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이통3사는 지원금을 13만5000원에서 15만8000원까지 지급합니다. 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이통3사 모두 개통이 가능한 유통점의 경우 지원금의 15%에 해당하는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계산해보면 갤럭시S8을 20만원 안팎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약 50만원에서 60만원의 불법 보조금의 혜택을 받는 것입니다.

갤럭시S8 대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이통3사들이 갑중의 갑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 70%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시 초반 물량이 없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갤럭시노트7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통3사는 삼성전자에게 서로 잘보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비와이폰을 출시하자 삼성전자는 KT에 갤럭시노트7 물량을 줄였다”며 “이통3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갤럭시S8이 출시되자 A통신사가 공격적으로 판매장려금(리베이트)를 풀었고 결국 불법 보조금으로 이용자에게 지급돼 가입자를 뺏는데 성공했습니다. 결국 B통신사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퍼폰이나 갤럭시노트8 등 후속 제품에 A통신사에게 물량을 더 많이 줄까봐 5월 초 황금연휴에 갤럭시S8에 대한 리베이트를 풀었습니다.

SK텔레콤이 전산 교체로 서비스가 중지됐을 때, 이통3사는 번호이동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번호이동이 가능해진 16일, 번호이동은 시장과열 기준인 2만4000건을 넘었습니다. SK텔레콤은 가입자가 3994명 순감했지만 KT는 1528명, LG유플러스는 2466명 증가했습니다. 아마 다음 대란은 다음 달 예정인 KT 전산 교체 기간 때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갤럭시S8의 과다 리베이트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일부 집단상가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또한 리베이트나 불법 보조금은 번호이동에만 집중됩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통법 이후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3:2가 고착화되는 현상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제외한 KT나 LG유플러스는 가입자를 뺏어야하는 상황입니다.

갤럭시S8을 타사 보다 많이 팔려면 유통점이나 판매점에게 리베이트를 많이 지급해야하는데 이왕 돈을 많이 쓰는 만큼 가입자를 가져오는 번호이동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번호이동을 유치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온라인 내방(약식) 등 스팟성 영업이기 때문에 이쪽으로만 돈이 흘러가는 것입니다.

이통3사 중 한 관계자는 “스팟성 영업은 고객들도 이미 번호이동이 조건인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를 뺏을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통3사들은 유통점의 성과에 따라 리베이트를 차등 지급합니다. 30만원이 가이드라인이지만 많으면 50만원이 넘고, 최근 갤럭시S8 대란의 경우 최소 60만원을 뛰어넘습니다. 번호이동 가입자를 많이 유치해야 리베이트를 더 주기 때문에 일부 유통점들은 리베이트의 상당수를 고객에게 지원하고 이것이 불법 보조금이 되는 셈입니다.

불법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면 고객이 몰리고 통신사로부터 인센티브 형식으로 리베이트를 다시 많이 받는 순환고리가 생깁니다. 갤럭시S8 대란의 근본 원인은 이통3사의 차등 리베이트 지급에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등 단통법 개정 움직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기본료 폐지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가계 통신비 절감에 대한 여론이 생기는 분위기 속에 리베이트 살포에 적극 나서는 이통3사가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을까요. 문득 의심이 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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