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1. 김게임(가명)씨는 얼마 전 게임을 하다가 흥미를 잃었다. 사용자가 직접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닌 NPC(Non-Player Character)가 너무 멍청해서 너무 쉽게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른 게임으로 넘어갔는데 여기서는 NPC가 너무 세 아이템 등을 구입하지 않고서는 이기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2. 김씨는 자신이 플레이하던 RPG장르에서 식상함을 느꼈다. 플레이할 수 있는 맵이 일정해 맵에 대한 정보를 다 파악해 버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맵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업데이트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 역시 참을성 없는 김씨에게는 긴 시간이다.

이제 이런 상황은 점차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에 적용된 인공지능(AI)이 김씨와 같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I의 물결은 게임사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오히려 소프트웨어 기반인 게임산업에서 AI적용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게임업계 빅3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역시 AI를 게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AI가 적용되는 분야는 개발부터 빅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하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색감을 조정하는 AI부터 게임 내 몬스터들의 난이도를 유저의 성향에 맞춰 분석해주는 AI까지 다양한 형태로 게임에 적용되고 있다.

게임업계에도 AI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테크크런치)

넥슨 ‘절차적 콘텐츠 생성’

넥슨은 게임 속에서 AI를 적용해 ‘절차적 콘텐츠 생성’을 하고 있다. 절차적 콘텐츠 생성은 인공지능으로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콘텐츠가 게임 내에서 거의 무한에 가깝게 생성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인공지능은 NPC를 움직이는 것이다.

사용자를 제외한 게임 내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안내 등의 기능을 AI가 대신해 게임 속에서 적용되는 방식이다. 플레이어에게 미션이나 스토리를 자동으로 안내해 주는 역할과 게임 속 몬스터 등의 능력을 조절한다. 또 유저의 능력치를 미세하게 조정하거나 PvP(유저 간 대결)에서 어떤 유저와 대결해야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도 AI를 활용한다.

넥슨은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에서 배경 장소인 섬을 AI를 활용해 무한대에로 만들어 내고 있다. 절차적 콘텐츠 생성의 덕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넷마블 ‘콜럼버스’

넷마블의 개인맞춤형 게임서비스 엔진 ‘콜럼버스’는 유저의 행동 패턴에 대응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AI적용 서비스다. 유저가 게임 속 특정 단계에서 실패하고 있을 때 유저의 성향에 따라 아이템을 주거나 적절한 레벨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콜럼버스는 일반적인 게임 인공지능이 활용하는 ‘상태 기계 모델’에 기반해서 작동한다. 넷마블이 보유하고 있는 유저 관련한 빅데이터를 학습해서 유저의 성향과 상황을 구별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콜럼버스는 데이터로부터 추출된 여러 서비스 규칙들을 임의의 유저에게 적용한 후 그 반응을 토대로 최적의 규칙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학습하는 기능도 점점 갖춰가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유저에게 게임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콘텐츠를 더 재미있게 즐기게 만드는 것이 콜럼버스의 목표”라며 “결과적으로 게임의 잔존율도 높아지고 매출도 함께 오르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블레이드 앤 소울:무한의 탑'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AI랩 설립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4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AI가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책임빌 새로운 혁신 기술 중 하나라고 천명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에 AI랩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다방면에 AI기술을 적용시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AI기술을 활용해 게임 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거나, 기존의 기능을 새롭게 개선하고 있다. 현재 AI랩은 AI센터로 확대됐고 산하에 AI랩과 NLP랩(자연어처리)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인 적용 사례로는 작년 1월 ‘블레이드 앤 소울 무한의 탑’ 신규 콘텐츠에 AI를 적용해 PvP, NPC의 난이도를 유저의 실력에 맞게 만들고 있다. 또 ‘아이온’과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는 2012년부터 매칭기술로 적합한 대결 상대를 연결해 주고 있다. 개발 중인‘ 리니지 이터널’에서는 콘텐츠 자동 생성 기능을 AI로 구현했다. 일정했던 임무, 몬스터 패턴, 위치, 맵 등이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게임업계 AI적용 늘어나는 추세

전문가들은 이같은 게임업계 AI적용이 추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단한 게임제작서부터 빅데이터 분석까지 게임 관련해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때문인 것이 이유였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는 “AI를 통해 정형화된 패턴이 아닌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 내 게임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며 “게임의 다양성과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AI가 활용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완 영산대 가상현실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게임업계에서 AI 적용은 개발 단계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고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는 등 확산되는 추세”라며 “다만 AI로 인해 단순한 일을 하던 게임업계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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