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소프트웨어 업계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에 대해 이번달 부터 점검을 시작한다고 밝힌 후 게임업계 노동환경과 불공정 행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공정위는 엔씨소프트에 하도급 계약서를 제대로 발급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당시 공정위가 문제삼았던 것은 엔씨소프트가 2014년 3월부터 2016년 4월까지 30개 수급 사업자에게 116건의 온라인 게임 그래픽 제작과 캐릭터 상품 제조를 맡긴 후 계약서를 미발급하거나 계약 체결 이후에 발급했다는 점이었다.

김남용 공정위 건설용역하도급 개선과장은 “소프트웨어 하도급 업체들 중 대표적인 몇 회사와 실무간담회를 연 후 하도급 계약서 미발급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발견해 조사를 시작했다”며 “올해도 게임사들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하도급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지속적인 감시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대해 “2월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있은 후 관련 조치를 취했고 과징금도 냈다”고 밝혔다.

게임사들이 밀집해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 (사진=나무위키)

크런치모드·임금체불...우울증에 자살 생각까지

불공정 하도급 관행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도 도마에 올랐다. 만연한 장시간 근로와 임금 체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말 게임업계 노동환경에 대해 기획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근로 문제에 대해 현장 실태조사를 거쳐 기획근로감독을 실시했다. 12개사 근로자 3250명 중 2057명(63.3%)이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6시간을 더 근로한 것으로 나타났고, 연장근로 수당, 퇴직금 과소산정 등으로 금품 44억이 미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게임 출시가 임박해 강도 높은 노동을 의미하는 ‘크런치모드’등으로 장시간 근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체불임금 등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지시했고 근로자 건강검진 미실시, 근로계약서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시정지시가 이행되지 않으면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가 진행된다.

정의당이 구로구근로자복지센터, 게임개발자연대, 노동자의 미래 등과 함께 조사한 ‘2017 게임산업종사자 실태조사 설문조사’를 보면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조건을 파악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크런치모드가 있었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84%를 차지했고, 크런치모드가 아닌 경우에도 주60시간 넘게 일한다는 응답이 10.9%로 나타났다. 심지어 회사에서 24시간을 일 때문에 머물렀다고 답변한 사람도 40%가까이 나타나 게임업계의 장시간 근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노동 시간에 따른 우울증.자살 위험도 (사진=노동자의미래)

더 큰 문제는 이런 장시간 근로 환경으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우울증 의심 비율은 일반 인구에 비해 3~5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 경험도 2%이상으로 나타났다.

최강연 정의당 사무국장은 “대형 게임사가 자회사나 협력업체에 하도급을 주면 최대 6차 혹은 7차까지 재하도급이 진행되는데 이러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욱 더 압박이 심해진다”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크런치모드와 같은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환경 속에서 게임업계 노동자들은 우울증, 자살 시도 등의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쩔 수 없는 크런치모드 VS 관행 개선돼야

게임업계가 크런치모드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게임업계의 특성을 좀 더 이해해야 한다는 시선과 관행처럼 이뤄졌던 노동 환경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는 시선이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각각의 회사마다 게임 개발 문화가 다르고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크런치모드에 대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게임업계 뿐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특정 기간 동안 근무 강도가 높아지는 일은 어쩔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위메이드에서처럼 8개월씩 크런치모드를 하도록 문서로 명시하거나 크런치모드에 대한 보상책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성완 영산대 가상현실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모든 업종에서 마감이 임박해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면서도 “야근이나 휴일 근무가 일상화 돼 있고 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짚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강연 정의당 사무국장은 “최근 고용노동부의 게임업계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산업안전이나 산업재해 관련 부분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거 같다”며 “게임업계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관련 단체들과 함께 더 구체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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