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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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FTX 파산 이후 중앙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불신론이 확산하면서 대안으로 탈중앙화 거래소(DEX, 덱스)와 콜드월렛 등 개인지갑이 각광받고 있다. 

1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앙화 거래소에서 자금을 인출해 개인지갑으로 이체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또 유니스왑, 커브와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 이용률이 급증했다.  

SK증권이 발표한 '거래소 엑소더스, 가속페달 밟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16일 기준 지난 일주일간 거래소 비트코인 잔액은 약 12억달러(1조6062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바이낸스와 OKX의 이더리움 및 이더리움 기반 토큰도 각각 14억달러(1조8739억원), 12억달러 이상 출금됐다. 

SK증권은 "FTX가 추락하며 거래소 신뢰가 하락했고, 시장에 남은 거래소의 건전성 우려도 증폭돼 '거래소 엑소더스'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자금 중 일부는 디파이 프로토콜로 이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 사용자 수가 지난 주 대비 최대 99%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니스왑 거래대금이 일주일 전에 비해 185% 급증했다.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탈중앙화 거래소 거래량은 지난 한주동안 310억달러를 돌파했다. 유니스왑 거래량은 원래 평균 13억달러였는데 FTX가 파산 신청을 했다는 소식에 42억달러로 급증했다. 

SK증권은 "거래소 자금 동결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며 거래소들이 셀프 커스터디 중요성과 플랫폼 투명성을 재 차 강조하며 주요 거래소들이 준비금 증명 도입에 나섰으나 거래소 및 씨파이(중앙화 금융)에 대한 신뢰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지갑은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펑자오 대표가 암호화폐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트러스트 월렛을 이용해 셀프 커스터디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셀프 커스터디는 기본 권리다. 당신은 언제든지 이를 할 수 있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말했다. 

트러스트 월렛은 지난 2018년 바이낸스가 인수한 가상자산 지갑으로 가상자산과 NFT 토큰 관리를 지원하는 탈중앙화 핫월렛이다. 창펑자오의 발언 이후 이후 트러스트 월렛 자체 토큰이 하루만에 80% 급등하며 관심을 받았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하드월렛 제조 업체 레저와 트레저는 셀프 커스터디 솔루션이 각광받으며 지난 한주간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하드월렛은 사용자의 개인 키를 오프라인에서 안전하게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 공격에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용할 때마다 인터넷에 연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가상자산 금고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콜드월렛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일각에서는 다시 디파이의 부흥을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탈중앙화 거래소와 모두 개인지갑 모두 디파이 거래에서 자주 활용되는 도구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바이낸스가 디파이에 열렬히 투자하고 있다"고 트위터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장기적으로 중앙화 거래소 이용률이 줄어들고 디파이 사용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창펑자오 뿐만이 아니라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대표 브라이언 암스트롱 역시 셀프 커스터디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바이낸스뿐만 아니라 코인베이스도 코인베이스 월렛이라는 디파이 시장에 대비한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앙화 거래소가 신뢰를 잃은 이상 디파이가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화 거래소가 사람 위주로 경영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 반면 디파이는 사람이 빠진 시스템을 통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금융 체계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앙화 거래소는 돈을 거래소에 맡겨놓은 채 거래하지만 탈중앙화 거래소나 디파이 거래 시에는 돈을 자기 통제 하에 시스템에 접속해 거래하기 때문에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디파이가 기존 중앙화 거래소 위주의 가상자산 거래 시스템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디파이가 중앙화 거래소를 대체할만큼 안전하다고 검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를 잃은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이 마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탈중앙화 거래소가 중앙화 거래소에서 터진 연이은 사고로 잠깐 급부상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이용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니스왑만 해도 많이 중앙화 되어 있고 거래 시스템이 정말로 분산화된 것인지 중간에 세력이 장난질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검증된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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