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단말기유통구조(단통법) 개선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통신시장 안정화를 이뤘다는 정부 측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싸늘 하기만 하다.

극심한 가격변동을 잡아 모두가 동등한 가격에 사고 비싼 통신요금을 낮추겠다던 초기 단통법의 취지와는 다른 현상들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단말기 지원금, 정말로 동등한가
 
19일 LG유플러스 가입자 A씨는 “갤럭시줌2를 지난 3월에 구매했는데 구매한 바로 다음날 해당 제품의 공시 지원금이 약 20만원이나 올라버렸다”며 “그저 하루 차이인데 20만원이나 손해 본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 초기 단통법의 추진 배경이 됐던 ‘불투명하고 차별적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소비자 간 극심한 휴대폰 가격차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3월 28일까지 LG유플러스 LTE34요금제 사용 시 갤럭시줌2의 단말기 지원금은 8만 8,000원 이었다. 다음 날인 29일엔 동일 요금제서 지원금이 무려 28만 7,000원에 달했다. 이는 초기 단통법의 추진 배경이 됐던 ‘불투명하고 차별적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소비자 간 극심한 휴대폰 가격차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작년 10월 시행된 단통법 이후 단말기 지원금이 각 이통사 홈페이지 등에 공시되고 있지만 언제, 얼마만큼 바뀌는지 소비자가 미리 알 도리가 없다. 특정 단말기의 지원금이 크게 오를 경우 이전 공시 때 구매한 소비자는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게다가 단말기 지원금은 한 번 올랐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더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 지원금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스팟’이라며 많은 단기간에 많은 보조금이 투입되던 단통법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휴대폰의 경우 최대 33만원인 지원금 상한선이 적용되지 않아 변동 폭이 클 수 있다. 실제 이날 SKT 갤럭시노트3의 경우 60만 원 가량의 단말기 지원금을 받아 구매 가능했다.
 
B통신협회 관계자는 “그나마 단통법 이후 과도한 지원금(보조금) 편차가 많이 줄어든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떨어지지 않는 통신요금, 이통사 꼼수 지적도
 
단통법으로 이통사의 불법보조금 지급을 막고 이를 요금제 인하로 이어나가겠다던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단통법 도입 초기 입장과 달리 요금제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통 3사가 내놓은 순액요금제는 단순히 기존에 포함됐던 할인금액을 없애고 해당 금액 수준만큼 요금제 가격을 낮춘 것이다. 즉 통신 서비스 해지 시 발생하는 요금할인 반환금은 사라졌지만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요금제 가격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도 마찬가지다.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고 하지만 최근 통신시장이 데이터 중심 소비로 흐르고 있어 요금제가 내려갔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오히려 데이터 요금제 중 최저가 요금제(부가세 포함 3만 2,900원)의 제공 데이터량은 300MB로 기존 요금제에 비해 3~400MB이상 적다.  기존 요금제보다 크게 혜택을 보기 위해선 적어도 부가세 포함 6만 원 이상의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해야만 한다.
 
▲ 지난 18일에는 참여연대가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데이터 요금제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사진 = 참여연대>
 
지난 18일에는 참여연대가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데이터 요금제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데이터량 구간에 맞는 요금제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적합한 요금제가 없어 소비자들이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올해 4월 기준 LTE이동통신 가입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3.4GB다. 각 통신사에는 해당 데이터 소비구간인 3~5GB대에 적합한 요금제가 많지 않다. SKT는 데이터 3.5GB 요금제에서 6GB 요금제로 바로 넘어가며 KT는 2GB요금제 다음이 6GB 요금제였다. LGU+는 3.6GB 요금제에서 6.6GB 요금제로 바로 이어진다고 참여연대는 전했다.
 
■ 시장안정화인가 시장침체화인가
 
이날 고주원 강변 테크노마트 6층 상우회 회장은 “단통법 시행 후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 장사가 안 된다”며 “통신시장 안정화가 아니라 유통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 휴대폰 판매매장이 밀집돼 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서 소비자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보기 힘들었다
 
최근 미래부는 단통법 성과로 시장안정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판매점주의 생각은 다르다. 강변 테크노마트뿐만 아니라 신도림 테크노마트, 용산 전자상가 등지의 휴대폰 판매점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오가는 손님이 크게 줄어든 만큼 자리를 비우거나 매장 영업을 하지 않는 판매점도 늘었다.
 
C통신협회 관계자는 “시장안정화라는 명목으로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장점보다 치명적인 단점이 많다”며 “통신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단말기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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