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텔]
[사진: 인텔]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미국과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전폭적인 반도체 지원 정책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은 인텔을 앞세워 자국 기업 챙기기에 나섰고, 일본은 기초 분야 기술을 기반으로 TSMC를 본국으로 끌어와 국내 자산화를 통해 부활을 노린다. 

하지만 한국은 오는 2047년까지 경기 남부 일대에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대부분 민간에 기대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전략의 선봉장은 인텔 파운드리다. 지난주 인텔은 올해 내 1.8 나노 공정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21일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다이렉트 2024'를 개최하고 기존의 파운드리 사업부 IFS를 완전히 별도의 조직인 ‘인텔 파운드리’로 분리했다. 

인텔은 지난 2012년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 조직을 운영하다가 2018년 사업 부진을 철수한 바 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파운드리 사업을 재개했지만 2022년 인텔 파운드리 부문 매출은 8억 9500만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1년 만에 약 150억달러 규모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인텔의 주요 고객이다. 

MS는 지난해 11월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자체 설계 칩 '마이아100'과 Arm 아키텍처 기반의 CPU '코발트'를 공개했다. 해당 칩은 인텔 파운드리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MS 입장에서도 원활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인텔과의 협력은 이득이다. 

이외에 아마존웹서비스(AWS), 미국 국방부도 인텔의 파운드리 고객이다. 게다가 엔비디아도 유력하다. 또 지난해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CFO가 TSMC, 삼성전자와 함께 인텔을 파운드리 협력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 인텔 자신이 인텔 파운드리의 가장 큰 고객이기도 하다. 이번 파운드리 조직 구축으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부문은 '인텔 프로덕트'이 나눠졌다. 인텔 내에서 설계와 생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머큐리리서치에 다르면 인텔의 글로벌 CPU 시장 점유율은 약 70%다. 

이를 감안하면 인텔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단번에 3위권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케이반 에스파르자니 인텔 생산·공급망 수석부사장은 "두 부문은 내부전산망부터 모든 것이 분리된다"며 "완전히 나눠진 2개의 조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텔의 파운드리 확장 뒤에는 미국 정부가 있다. 미국 정부는 칩스법(반도체지원법, Chips Act)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기업에 약 70조원을 지원한다. 이미 인텔은 약 26조7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이 받게 될 보조금은 13조35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와 삼성이 현재 3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5나노 수준인 인텔의 위치를 한번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기술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에 따르면 TSMC는 약 6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뒤로 삼성전자는 약 13%, 대만의 UMC가 6%로 뒤를 이었다. 인텔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이다.

게다가 인텔은 경쟁사 보다 빠르게 ASML로부터 2나노 이하 칩 생산에 필요한 차세대 노광 장비 '하이 NA- EUV' 장비 6대를 확보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2025년 이후에나 해당 장비를 받을 수 있다. 3개 기업은 모두 오는 2025년까지 2나노 양산을 목표로 세웠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현재 아시아의 특정 지역에서 반도체의 80%가 생산되는데 이를 미국·유럽 50%와 아시아 50%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오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넘어 2위로 올라가겠다고 선언했다.

[사진: TSMC]
[사진: TSMC]

일본은 대규모 지원금을 투입해 생산시설 국내 자산화로 반도체 산업 부활까지 꿈꾼다.

반조체 생산 공장을 일본 본토에 유치해 소재·부품·장비과의 시너지를 살리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 내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을 모두 수용한다.

그 첫 번째 거점은 TSMC의 일본 제1공장이다. 지난 24일 TSMC와 소니의 합작사인 JASM는 일본 구마토모에 12~28나노미터(㎚) 공정 공장을 설립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 내 최신 공정은 40나노미터 수준이었다.

TSMC 공장 설립을 위해 일본 정부는 약 10조7000억원 규모를 지원한다. 제1공장에는 4천760억엔(약 4조2000억원)을, 오는 2027년에 완공 예정인 제2공장에는 7320억엔(약 6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지원 기간도 늦추지 않고 초기에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형태로 빠르게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아리사 리우 대만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주요 칩 플레이어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할당하려는 일본 정부의 신속한 조치로 인해 일본은 해외 생산 확대를 모색하는 대만 칩 제조업체들에게 최고의 목적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만은 제조를 마스터하고 일본은 칩 제조 기계 및 재료에 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양국은 칩 산업은 최소한의 경쟁으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원이 핵심이다.

지난 1월 한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민생 토론회를 열고 반도체 메카 클러스터 조성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47년까지 용인을 중심으로 경기 남부에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총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통해 생산팹 13개, 연구팹 3개 등 16개 신규팹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허가 타임아웃제 등 인프라 조성 관련 지원과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등 기업 부담금 감면 특례를 제공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의 지원 정책은 규모와 디테일 면에서 약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은 이미 앞서 정부가 내놓은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내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부문 중에서 반도체 부문을 따로 빼 발표한 수준이다.

또 투자 규모가 대부분 민간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투자액 622조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투입하기로 한 500조원, 122조원을 단순히 합한 금액이다. 정부에서 마련한 재원이라면 기술 투자 장려 차원에서의 투자 인센티브 1조3000억원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 기업 중심으로, 일본은 자국 산업 환경에 맞춰서 정책을 꾸리고 파운드리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택했다"면서 "이에 반해 한국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지 시설만 한곳에 모아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파운드리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위치가 위협 받는 이유는 기술 경쟁력도 있겠지만 정부와의 파트너십 측면도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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