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위치한 램리서치코리아 테크놀로지 센터(KTC) [사진: 램리서치코리아]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국내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용인특례시 내 지곡일반산업단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수많은 현업 관계자들이 방문하는 램리서치의 현지 연구개발(R&D) 센터는 고객사 밀착 대응을 위한 데모용 장비를 제공하는 한편, 이들의 테스트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장비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램리서치코리아는 28일 용인 코리아 테크놀로지 센터(KTC, Korea Technology Center) 장비 반입 2주년을 기념해 KTC와 동탄에 위치한 현지 훈련 센터(LTC, Lam Research Korea Technical Training Center) 두 곳을 미디어에 공개했다.

KTC는 램리서치가 한국에 개소한 R&D·데모 장비 센터다. 지난 2020년 7월 착공해 지난해 4월 공식 개관했다. 3만㎡에 달하는 시설 내에는 반도체 전공정인 식각(Etching), 증착(Deposition) 분야 최신 장비들이 도입돼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요청에 맞춰 웨이퍼 공정을 테스트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정성락 램리서치코리아 사업 오퍼레이션 총괄 부사장은 "과거에는 국내 반도체 칩 고객사들이 신규 반도체 칩 생산 공정을 테스트 하기 위해 웨이퍼를 미국 프리몬트 본사까지 가져와야만 하는 불편함이 컸다. 특히 데모 후 결과 입수까지 걸리는 시간이(Turn Around Time, TAT)이 3주나 걸리는 시간·비용적 단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램리서치는 TAT를 줄이고 고객사를 밀착 대응하기 위해 KTC를 개소했다"며 "용인은 고객사들의 주요 공장(Fab)과 거리가 가까운 이점이 있다. 여기에 고객사와의 물류 프로세스 정렬까지 진행한 덕에 빠르면 하루이틀 내에 데모를 돌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동탄에 있는 LTC는 램리서치의 식각·증착 공정 장비를 운용하는 엔지니어를 교육하기 위한 장소다. 신규로 채용된 고객사의 엔지니어를 훈련해 업무 적응도를 빠르게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KTC 직원이 내부 클린룸에 설치된 식각 장비용 플랫폼 '센스아이'를 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 램리서치코리아]
KTC 직원이 내부 클린룸에 설치된 식각 장비용 플랫폼 '센스아이'를 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 램리서치코리아]

클린룸·설비 환경 그대로 옮겼다…반도체 R&D 최전선

램리서치코리아는 KTC 내부에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 팹 내부와 거의 유사한 환경을 구축했다. 이곳에서 웨이퍼 식각·증착 공정 데모를 진행한 후, 이를 고객사에 인계해 곧바로 생산라인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취재진이 직접 들어간 클린룸 내부에는 20개 구역에 램리서치의 시리즈·용도별 공정 장비가 연달아 설치돼 있었다. 성숙(Legacy) 공정용 챔버와 모듈이 고루 배치된 것은 물론, 인라인(In-line) 등에서 웨이퍼 품질·표면 계측이 가능한 전자현미경 장비 SEM·TEM 등도 실제 환경처럼 부착됐다. 한쪽에는 실제로 고객사가 데모를 진행한 웨이퍼 풉(Foup, 웨이퍼를 담는 통)이 랙(Rack) 안에 담겨 있었다. 일부 구역은 고객사와의 긴밀한 보안에 따라 공개가 금지된 상태였다.

현장 KTC 관계자는 "4~6개의 식각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 플랫폼부터 10개까지 장착 가능한 모듈 플랫폼 '센스아이(Sense.i)', 증착장비 '스트라이커' 등 최신 장비가 이곳에 반입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이브 데모 결과를 하루, 이틀만에 낸다는 것은 엔지니어 입장에서 단순 속도 개선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에너지 절감으로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보안 관련 위험도 크게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정성락 부사장도 "KTC에서는 정렬한 물류 시간을 제외하고서도 본사 대비 1.5배~2배 빠른 속도로 웨이퍼 라이브 데모를 마칠 수 있다"며 "고객사와 밀착 대응해 장비 공급을 원활케 하고, 차세대 칩 공정용 장비를 최적화하겠다는 게 램리서치의 핵심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램리서치코리아 캠퍼스 투어에 참석한 취재진들이 실습 설비 체험에서 LTC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 램리서치코리아]
램리서치코리아 캠퍼스 투어에 참석한 취재진들이 실습 설비 체험에서 LTC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 램리서치코리아]

높아진 공정 복잡도에 훈련 수요도 UP…실무·이론에 VR 교육까지

경기 화성시 동탄산업단지에 위치한 LTC는 고객사의 엔지니어가 자사 장비를 원활히 다룰 수 있도록 교육하는 장소다. 미국에 위치한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GTC)로 가야만 하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신규 엔지니어의 적응도를 빠르게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곳 역시 램리서치가 주요 고객사를 밀착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의 일환이다.

이날 방문한 LTC에서는 이론 교육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곳에서 교육받는 엔지니어들은 장비 운용을 위한 이론을 습득하는 한편, 가상현실(VR) 교육을 통해 장비 이해도를 높이고 실제 식각 장비까지 체험하는 실무 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엔지니어를 희망하는 국내 대학생·대학원생에 포함된다.

특히 VR 교육이 인상적이다. 화면에 표시된 가이드에 따라 장비를 직접 조립·해체해보고, 웨이퍼 푹이 투입되고 빠지는 챔버 및 설비 내부까지 훤히 볼 수 있었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설비 밑바닥이나 내부 구조를 훤히 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체험 행사를 담당한 LTC 관계자는 "기존에는 고객사가 미국 본사의 GTC를 방문해야만 장비를 운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해당 장소에서는 영어만을 사용하는 탓에 이해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불편함도 존재했다"며 "LTC 개소 이후부터는 한국어로 상세하게 장비를 설명할 수 있고, 이론은 물론 실질적으로 장비를 다루는 핸드온(Hand-on) 기술도 높일 수 있어 고객사의 반응이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캠퍼스 투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체수 램리서치매뉴팩춰링 사장 [사진: 램리서치코리아]
캠퍼스 투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체수 램리서치매뉴팩춰링 사장 [사진: 램리서치코리아]

"한국은 메모리 최강국…'K-반도체 벨트'로 고객 대응 전략 강화"

램리서치의 국내 투자는 타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과 비교해 다소 이례적인 수준이다. ASML·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등 주요 장비 기업은 트레이닝 센터만 개소하거나 국내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지만, 램리서치만이 유독 적극적으로 한국에 투자를 집행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핵심 공정 장비를 한국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점도 인상적인 이력이다. 램리서치는 2011년부터 공정 장비 생산 현지법인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설립하고 경기 오산·용인·화성 공장 등에서 최선단 식각·증착 공정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심지어 공급망 최적화를 위해 국내 협력사를 지원하고 부품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중국 등 해외로 수출까지 진행 중이다. 램리서치코리아가 추산한 11월 기준 회사 인력은 무려 1500여명에 이른다.

램리서치가 한국 시장에 주력으로 투자하는 배경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있다. 양사는 D램에서 합산 70%, 낸드플래시에서 50%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업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자체는 시스템반도체 대비 작으나, 장비를 비롯한 시설투자(CAPEX) 규모는 적지 않은 탓에 글로벌 장비사들의 핵심 고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체수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사장은 "미국 본사에서 업무를 담당했을 때,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든 한국 시장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언급이 늘 나왔다"며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두 곳이나 한국에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천안 오피스를 개소해 인공지능(AI)용 메모리로 급부상한 광대역폭메모리(HBM) 장비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전공정 전문 장비 기업이지만, 첨단패키징(AVP) 급부상에 따라 후공정 영역에서도 수혜를 보고 있다. 실리콘관통전극(TSV)을 만들기 위해 접속형 구멍(Via Hole)을 뚫는 식각 장비 '신디언(Syndian)' 시리즈, TSV 구조물에 구리를 도금해 전기 연결부를 만드는 'SABRE 3D' 시리즈가 대표적인 수혜 장비다.

이 사장은 "회사는 한국에서 식각·증착을 비롯해 일부 세정 장비를 생산하면서 공급 범위를 넓혀왔다. HBM용 장비도 그중 하나"라며 "직접적으로 수혜 강도를 언급하기는 어려우나 한국에서 이 장비들을 생산하는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캠퍼스 투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상원 램리서치코리아 대표 [사진: 램리서치코리아]
캠퍼스 투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상원 램리서치코리아 대표 [사진: 램리서치코리아]

이상원 램리서치코리아 대표(사장)도 주요 시장인 한국에서의 밀착 대응 전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모리 양대 기업에 대한 발빠른 대응은 물론 한국 생산법인을 전진기지 삼아 수출하는 것이 램리서치 성장에 핵심이라는 의미다.

회사는 이같은 기조에 맞춰 LTC를 용인으로 옮겨 고객사와의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용인 내 짓고 있는 시설 내 1층을 전부 트레이닝센터로 꾸미는 한편, 장비 교육에 치중돼 있던 범위를 부품 협력사로도 넓힐 계획이다. 호평받았던 VR 교육도 확대해 용인시를 중점으로 꾸려지고 있는 'K-반도체 벨트'의 수요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최근까지 불황을 맞이했으나 HBM 등장을 기점으로 2025년, 2026년쯤 시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와 함께 진행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K-반도체 벨트' 구축에 기민하게 대응해 납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램리서치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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