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부회장(왼쪽)과 경계현 사장(오른쪽) [사진: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왼쪽)과 경계현 사장(오른쪽)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가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며 쇄신 보다 안정 기조를 택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 복합적 요인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다가오는 임원 인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7일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예년 12월 초에 실시한 인사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겼다. 거취가 주목됐던 2인 대표이사 체제는 유지하는 한편, 부회장급 전담조직 '미래사업기획단' 신설 등이 골자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 취임 1년째를 맞이해 '뉴삼성' 개편을 위한 인적 쇄신이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종희·경계현 2인 체제가 유지되며 안정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2인 대표이사 체제는 유지되는 대신 맡은 역할은 소폭 변화한다. 한종희 부회장이 공석 발생으로 올해 초 새롭게 맡았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직책을 내려놓으며 부담을 덜게 됐다. 해당 자리에는 사장으로 승진한 용석우 부사장이 맡는다. 경계현 대표는 기존 DS부문장을 그대로 맡되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장을 겸임한다.

사장 인사는 2명에 그쳤다. 지난해 7명이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축소된 승진 폭이다. 다만 삼성 핵심 계열사 처음으로 1970년생인 용석우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세대교체의 출발을 알렸다. 기존 삼성전자 사장단 중 가장 젊은 사장은 지난해 승진한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1968년생)이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전영현 삼성SDI의 이사회 의장을 담당했던 전영현 부회장이 맡는다.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삼성SDI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ESG 경영 강화, 경영 노하우 전수 등 후진 양성에 매진해왔다. 회사는 전 부회장이 그간 풍부한 경영노하우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춘 만큼,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해줄 것으로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이른 시기에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며 빠른 조직 정비에 나섰다. 기존에는 12월 초쯤에 관행적으로 사장단, 임원 인사를 진행해왔고, 지난해도 5일, 6일 각각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는 글로벌 산업계의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등 위기를 맞이하면서 빠른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째 지난 가운데 반도체 등 주력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점이 조기 인사와 조직 개편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2인 대표이사 체제가 유지된 데에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유효하게 작용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로 인해 파격적인 인적 쇄신을 추진하기보다 현 사장단을 유임해 안정화를 하는데 집중했다는 평가다. 최근 검찰은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에 대해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을 담당하는 사장단도 대부분 유임된 것으로 보인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업황 부진에도 자리를 유지했고,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은 4나노 등 주요 첨단 공정 수율을 높이며 성과를 내며 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가올 임원 인사에서도 이같은 세대 교체 기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젊은 인재가 임원으로 올라올 수 있는 기틀이 이미 마련된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대거 등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앞선 2021년 마련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으로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통합하고, 직급별 체류기간을 없애며 성과를 낸 임원이 조기에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30대 상무 3명, 40대 부사장 17명이 발탁되기도 했다. 회사는 조만간 부사장 이하 2024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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