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17일 서울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인 필옵틱스와 배터리 부문 자회사 필에너지가 2027년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한 전략과 장비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필에너지가 영위하는 배터리 부문 성장성을 유지하는 한편, 반도체·태양광·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 부문 장비 개발을 이어갈 방침이다.

필옵틱스와 필에너지는 17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IR 행사를 개최하고 주력 사업 부문과 장비 포트폴리오 확장 로드맵 등을 공개했다.

필옵틱스는 2008년 설립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공정 장비 개발 회사다. 주로 OLED 디스플레이용 레이저 기반 공정 장비를 제조해 삼성디스플레이 등 패널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필에너지는 2020년 필옵틱스로부터 물적 분할한 배터리 장비 부문 자회사로 올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필옵틱스는 독자적 레이저 광학설계·극초단파 미세 가공 기술 등을 바탕으로 레이저 기반 공정장비를 주력 생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력 장비가 OLED용 패널 생산에 활용되는 레이저 커팅 장비, 레이저 리프트오프(Lift-off) 장비, UTG(Ultra Thin Glass) 가공 장비 등이다.

당초 회사는 주력 고객사의 투자 방향에 따라 디스플레이 부문 투자를 확대하며 매출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성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배터리 장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게 됐고, 그 결과 필에너지 상장 등으로 이어지며 매출 비중을 다각화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합산 매출 비중은 배터리 부문이 60%, 디스플레이가 30% 후반대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반도체·태양광 등 신사업 장비로도 영역을 뻗어가고 있다. 기존에 갖추고 있는 레이저 기반 기술 활용을 통해서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첨단패키징(AVP) 분야에서도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글래스관통전극(Through Glass Via, TGA) 부문 장비에 집중한다. TGV는 실리콘이나 폴리이미드(PI) 서브스트레이트 대비 신호 안정성이 높고 고밀도 배치가 가능해 반도체 효율을 높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리 기판에 구멍을 뚫고 가공하는 레이저 드릴링(Drilling)과 TGV 장비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태양광용으로는 3세대 전지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용 장비를 개발 중이다. 이미 이전 세대용 장비를 납품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이같은 강점을 발휘해 태양광 장비시장 내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은 필에너지가 주력하는 배터리 부문이다. 주력 고객사인 삼성SDI의 투자 확대에 맞춰 노칭+스태킹 일체형 장비 수주가 늘고 있고, 내년부터는 레이저 노칭을 적용한 설비 납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인 4680 배터리 전극 권취기(와인더) 역시 유럽, 미국 배터리사로의 수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고체용 배터리 장비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전고체 소재를 적층(Stack)하는 UHP 스태킹 장비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장비는 이미 고객사의 파일럿 라인에 공급됐고, 향후 전고체용 소재 안정화 등이 이뤄지면 추가 납품까지도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레이저를 활용한 신개념 극판 제조용 응용 장비도 개발하는 중이다.

필에너지는 배터리 부문의 성장세에 따라 3공장 추가 투자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필에너지는 현재 필옵틱스와 함께 사용하는 1공장을 통해 연간 2500억원 규모의 장비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건설 중인 연 생산능력 2500억 규모인 2공장은 12월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한다.

회사 관계자는 "배터리 고객사와의 수주 등 논의에 따라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맞춰 본사 인근 산업단지를 조성, 만평 정도 부지에 3공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 생산능력은 5000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옵틱스, 필에너지의 내년 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으나 올해보다는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필옵틱스 역시 올해보다 내년 매출이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사의 투자 진행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수주를 추산하면 2027년 1조원의 매출에 가까워지게 될 것"이라며 "높은 레이저 기술 및 시스템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ASML과 같은 장비 기업이 되겠다"고 말헀다.

한편, 필옵틱스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20억원, 영업손실 66억원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투자 불황, 배터리 등 수주한 장비의 납기 시차에 따른 매출 지연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