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전기차 배터리 차세대 폼팩터인 4680 배터리가 내년 2~3분기께 양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하강 사이클에 접어든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오창 공장에서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 현재 시점에서 양산이 유력한 시기는 3분기다. 소재·부품 협력사 역시 2~3분기 내 LG에너지솔루션에 4680용 제품을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4680 배터리는 2020년 테슬라가 처음으로 제시한 지름 46mm, 길이 80mm의 차세대 원통형 제품이다. 2170 대비 크기가 커지고 셀 당 에너지밀도가 높아졌다. 이를 배터리팩에 탑재하면 2170과 비교해 불용공간을 최소화하고, 배터리 셀 탑재 수량도 줄여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는다.

당초 4680 배터리는 여러 난제로 인해 양산 시기가 더뎌질 것으로 예측됐다. 커진 배터리 셀 크기로 인해 열방출에 약점이 있고 탭을 형성하는 공정과 용접 기술이 고난도인 탓에 정상 수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서였다. 실제로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등에 4680 배터리 생산 라인을 마련했으나, 빠른 대량 양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4680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지난달 30일부터 인도되기 시작한 점도 걸림돌이다. 올해와 내년은 생산량 자체가 적은 탓에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인도량이 급증할 2025년부터는 자체 수급이 어려워진다. 이미 테슬라가 2025년부터 연 25만대 생산을 목표로 잡은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과 같은 배터리 협력사들의 공급이 필수불가결한 셈이다.

배터리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양사의 정확한 양산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빠른 양산과 품질 안정화 정도에 따라 테슬라 공급망 내 위치가 뒤바뀔 수 있어서다. 기존에는 북미에 탑재되는 삼원계 모델은 파나소닉이, 중국·유럽향 롱레인지 모델은 LG에너지솔루션이 담당해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G에너지솔루션에게 4680 배터리는 커다란 기회라는 관측도 있다. 테슬라로의 안정적인 공급에 성공하면 유럽, 중국 등으로 판매되는 배터리 공급망을 북미로 넓힐 수 있다.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미국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힘입어 높이 성장 중이며, 최근 침체된 유럽, 중국 시장 대비 성장률도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료 공급망 문제만 해결된다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비(非) 테슬라 진영에서도 4680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추세다. 최근 침체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를 다시 높일 수 있는 카드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전기차 시장은 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인 캐즘(Chasm) 구간 진입과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가 낮아지는 추세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확대되는 추세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수요 둔화, 가격 경쟁력 우선시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고전압 미드니켈·LFP 배터리 양산과 함께 원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4680 배터리의 양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천안 공장에서 샘플 공급을 위한 46파이(Φ) 배터리 시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BMW, 제너럴모터스(GM) 등 고객사들과의 검증이 끝나면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된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설하는 GM 합작공장에서도 이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인 EVE에너지도 46파이 배터리 공급망 진입을 위해 지난 9월 4680 제품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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