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옥 전경.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옥 전경. [사진: 엔씨소프트]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리니지 매출 하락에 영업이익이 급감한 엔씨소프트가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엔씨소프트는 자제 구축한 AI 언어모델 '바르코(VACO) LLM'를 공개하고 비즈니스 다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리니지 형제 추락에 부진한 성적 이어져...넥슨·넷마블에 매출도 밀려

엔씨소프트는 캐시카우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들의 매출 급감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591억원, 영업이익 764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 매출 4788억원 영업이익 816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올해 2분기 매출 4402억원, 영업이익 353억원을 올렸다. 

특히 이번 2분기 매출은 3N으로 불리는 넥슨(9028억원), 넷마블(6033억원) 중 꼴찌를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넷마블에도 밀린 것.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57%, 전년 동기 대비 71%로 급감했다. 상반기 비슷한 MMORPG 장르 게임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리니지 형제(리니지M·W·2M) 매출이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신작 부재의 영향도 크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1년 11월 리니지W 이후 신작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당초 3분기 출시 예정작이었던 ‘TL’이 12월로 연기면서 이러한 매출 하락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때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도 25만원대로 주저앉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2주 연속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초 9조원을 넘어섰던 시가총액은 현재 5조 6312억원(22일 기준)으로 약 3조 7000억원이 넘게 증발한 상황이다.

새 성장동력 절실 속 게임사 최초 생성AI 도전...'바르코' 공개

현재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부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비게임 사업을 정리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게임 사업 역량을 강화하면서 연계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선보이고자 분위기 반전 카드로 ‘생성형 AI’를 꺼내 들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AI 연구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다. 국내 게임사 최초로 지난 2011년부터 AI 센터를 설립했다.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사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지난 3년간 AI센터에 투자한 비용은 1조 2834억원으로, 현재 전문 연구개발 인력만 300여명에 달한다. 앞서 지난 3월 김택진 대표를 닮은 디지털 휴먼을 공개하면서 AI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이어 지난 16일 엔씨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AI 언어모델 통합 브랜드 ‘바르코(VARCO)’를 공개했다. 이는 국내 기업 중에서 여섯 번째, 게임사 중에서는 최초다. 앞서 네이버(하이퍼클로바), 카카오(코GPT), KT(믿음), SKT(에이닷), LG(엑사원) 등이 자체 AI 언어모델 구축을 선언한 바 있다. 현재 생성형 AI에는 내놓으라 하는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 등 ‘콘텐츠 생성’에 특화된 점을 바르코의 차별 요소로 내세웠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품질 데이터로 학습시켰고, 자사 게임 IP 데이터를 많이 학습해 퀄리티 높은 게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공개한 바르코 LL은 중소형 규모의 한국어 전용 모델이다. AI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네이버(하이퍼클로바 2040억개)와 카카오(코GPT2.0 650억개)에 비해 작지만, GPU 서버 1대로 구동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맞춤형 모델을 만들어 서비스하기 용이하다는 평이다.

바르코 로드맵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바르코 로드맵 [사진:홈페이지 갈무리]

'규모별 언어 모델'과 '플랫폼' 선보일 예정...비즈니스 모델 수립 고심

엔씨소프트는 순차적으로 규모별 언어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오는 11월에는 중·소규모 언어모델 학습용 데이터 생성에 활용할 수 있는 520억개 파라미터 대형 모델을 공개한다. 내년 3월에는 파라미터 1000억개 규모의 초거대 멀티모달 LLM도 개발하고 있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영상 등도 분석·생성할 수 있는 AI다. 기획, 운영, 아트 등 게임 제작뿐만 아니라 다국어, 이미지 행성, 디지털 휴먼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효율성과 시너지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바르코LLM 기반 생성 AI 플랫폼 3종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지 생성툴(VARCO Art) ▲텍스트 생성 및 관리툴(VARCO Text) ▲디지털휴먼 생성 및 편집, 운영툴(VARCO Human)이다. 생성 AI 플랫폼 3종은 ‘바르코 스튜디오(VARCO Studio)’라는 명칭으로 오는 11월 서비스된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획과 아트 등의 분야에서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엔씨소프트는 바르코를 활용한 B2B 서비스를 선보여 새 수익원 창출에도 나선다. 게임 콘텐츠 외에 로봇, 차량 플랫폼, 교육, 금융,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엔씨소프트는 연합뉴스, 드림에이스 등과 차량용 AI 뉴스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7월 항공기상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생성 AI 기술을 활용한 항공 기상 정보도 제작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바르코는 현재까지 공개된 유사한 크기의 한국어 언어모델 대비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디지털 휴먼, 생성형 AI 플랫폼, 대화형 언어모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바르코 LLM 기술을 원천으로 삼아서 비즈니스 다각화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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