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실험실 등에서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5G 서비스의 최대 속도를 실제로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광고한 게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당시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평균속도는 광고 수치의 3~4%에 불과했는데, 소비자들이 5G를 잘 모르는 점을 이용해 속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왔다는 이유다. 공정위 측은 이통3사가 5G 서비스 가입을 부당하게 유인했고,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제해 상당한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 3사는 통신 기술 특성에 따라 이론상 속도임을 충분히 설명한 광고라며 아쉽다는 의견을 내놨다.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통신3사가 5G 마케팅 광고할 때 일반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실제 속도와 이론적 속도를 명확히 했어야 한다”며 “통신3사가 28㎓를 투자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24일 이동통신3사의 이런 행위가 거짓·과장 광고로 표시·광고법에 위반된다고 보고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표시·광고 사건 중 독일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사건(373억원) 이후 역대 두번째로 큰 과징금 규모다. SK텔레콤이 168억2900만원, KT가 139억3100만원, LG유플러스가 28억5000만원을 각각 부과 받았다.

이날 오전에 열린 브리핑에서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은 “통신 서비스의 핵심 성능지표인 속도에 관한 광고의 위법성을 최초로 인정한 사례로서 통신 서비스의 필수재적 성격과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를 고려해 표시광고 사건 중 역대 두 번째로 큰 과징금을 부과하여 엄중히 제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통신3사가 부당광고를 통해서 소비자의 5G 서비스 가입을 부당하게 유인했고, 또 그 유인된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제해서 상당한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며 “5G 기지국 구축 할당조건 미이행 건으로 과기정통부가 5G 28㎓ 할당 취소 처분한 것은 표시광고법 위반 관련 심의할 때 전혀 고려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설명에 따르면 이동통신3사는 5G 서비스 상용화가 시작된 2019년 4월 ‘20배 빠른 전송 속도(SK텔레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대용량 영화를 다운 받아요(KT)’,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LG유플러스)’ 등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에 이르는 것처럼 홈페이지, 유튜브 등에 광고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20Gbps는 5G 기술표준상 목표속도로, 이동통신 3사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대역폭으로는 20Gbps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20Gbps의 경우 전국망으로 사용하는 3.5㎓가 아닌 이통3사 모두 할당이 취소된 28㎓가 상용화된 것을 가정했을 때의 이론상 최대 속도다. 상용화 초기만 해도 28㎓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 이통사들은 28㎓ 대역 구축에 나서지 않았고 결국 28㎓ 서비스는 상용화되지 못했다.

최고 속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파수 대역·대역폭, 단말기 등의 다양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20Gbps 속도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춘 것이다. 광고 기간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평균속도는 20Gbps의 약 3~4% 수준인 656~801Mbps에 불과했다.

문제는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인 20Gbps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컸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동통신 3사는 소비자가 5G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이용해 속도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 이동통신 3사는 엄격한 실험조건이 전제된 최대 전송속도인 ‘최대 지원속도’가 2Gbps가 넘는 것처럼 광고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최고속도 2.7Gbps 5G로 초고화질 스트리밍도 끊김없이(SK텔레콤)’, ‘단말기준 5G 병합(5G+LTE) 최고속도 : 2.5Gbps(KT)’, ‘5G+LTE (최대 2.1Gbps)(LG유플러스)’ 등의 문구를 게시했다. 다만 이와 같은 속도를 내기 위해선 1대의 기지국에 1개의 단말기만 접속하는 등 비현실적인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광고에선 전제조건을 설명하고 있지 않아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아울러 이동통신 3사는 자신이 다른 통신사보다 5G 속도가 더 빠르고 우수하다는 광고도 내걸었다. 예를 들어 ‘5G 속도도 SK텔레콤이 앞서갑니다(SK텔레콤)’, ‘전국에서 앞서가는 KT 5G 속도(KT)’, ‘타사 대비 최대 4배 빠른 LG유플러스, 5G 속도측정 또다시 1등!(LG유플러스)’ 등이다.

공정위가 이에 대한 근거를 요구했지만, 이동통신 3사는 독립적인 기관의 실증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SK텔레콤·KT는 자사 소속 직원이 측정한 결과를 활용했으며 SK텔레콤은 타사의 LTE 서비스 속도와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를 비교했다. LG유플러스는 특정 지역·장소에서 측정한 결과를 마치 서울·전국에서의 품질인 것처럼 일반화해 광고했다.

한 위원장은 “표시광고법상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위반 기간, 관련 매출액, 과징금 부과율 등에 따라 결정이 된다.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2%”라며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상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부당광고 기간 중 이동통신 3사의 매출액은 관련 매출액 산정에 반영했고 부당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및 사업자가 취득한 부당이득의 정도를 과징금 부과기준율 산정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과징금에 대해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이동통신3사가 5G 마케팅 광고할 때 일반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실제 속도와 이론적 속도를 명확히 했어야 한다”며 “통신3사가 28㎓를 투자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는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특장점을 조금 더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극대화해 표현하려던 취지였다며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통3사는 공정위의 의결서를 받고 세부 내용을 확인한 후 대응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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