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에코프로이엠 CAM7 전경 [사진: 에코프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에코프로이엠 CAM7 전경 [사진: 에코프로]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공급망에 '하이니켈 바람'이 거세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성능 배터리 제조를 위한 하이니켈 기술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재 수요 급증은 소재 공급망에 변화를 예고한다. 고객사 간 경쟁 구도로 타 업체 공급이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주요 고객사 경쟁업체와도 양극재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력의 폭이 전방위로 넓어지는 추세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에너지밀도를 담당하는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인 삼원계 양극 소재다. 에너지밀도와 출력을 높인 한편, 값비싼 원료인 코발트를 10%대 이하로 줄여 원가를 개선했다. 과거 양극재 시장은 일본 스미모토화학·니치아, 벨기에 유미코아와 중국 업체 등이 주도해왔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국내 기업이 하이니켈 양극재를 상용화하면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엘앤에프는 올해 들어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포함한 라인 가동률이 100%에 육박했다. 에코프로비엠도 라인 가동률이 90% 이상을 상회한다. LG화학과 포스코케미칼 역시 하이니켈 양극재 중심 매출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양극재 업체의 가동률 상승은 전기차 시장 개화에 따른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테슬라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고, 하반기에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K배터리 3사와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으로 제한돼 있다. 지금 배터리 공급은 전기차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공급자 우위 상황이 지속되자, 이들 업체에 고품질·고부가 소재를 공급하는 양극재 기업 생산 능력도 빠듯해졌다. 이로 인해 라인 가동률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극재 기업 몸값은 날로 상승하고 소재 공급망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 배터리 협력사는 납품 고객사에 종속되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다른 고객사로 사업 확장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급망 문제와 소재 수급의 탄력적인 상황이 겹치면서 셀 제조사가 경쟁사의 주력 협력사와 거래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현 SK온)이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과 맺은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이 대표적이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주력 협력사지만, 후발주자인 SK온에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해 고객사 확장에 성공했다.

포스코케미칼도 고객사 확장이 기대되는 업체다. 올해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이 빠듯해지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등이 발효되면서 그 가치가 오르고 있다. 특히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리튬, 니켈 광산 등 중국 의존 광물을 내재화하며 북미 배터리 소재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팔리 CEO가 최 회장에게 배터리 양극재와 광물 분야 협력 관계를 맺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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