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양극재 [사진: LG화학]
배터리 양극재 [사진: LG화학]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기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보급형과 하이엔드로 나뉘고, 여기에 탑재되는 배터리 시장 역시 양분화 되고 있다. 

하이니켈로 대변되는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는 국내 기업이 리드하고 있지만, 보급형은 중국 기업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세워 한발 앞선 상황이다.

특히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보급형 전기차는 수요가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는 배터리업계 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중국 기업이 LFP를 앞세워 시장을 리드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하이망간(LMO, LMNO, LMR) 중심 양극재 사업화를 위해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하이망간 배터리는 망간 비중을 높인 보급형 배터리다. 니켈, 코발트 비교적 저렴한 망간 비중을 높여 가격을 크게 낮췄다. 촉매제 역할을 하는 코발트를 제외해 열폭주 등 화재 시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 반면 에너지밀도(Wh/kg)는 LFP보다 35~60% 내외로 높고, 가격은 LFP보다 10~12% 비싼 편이다.

국내 업계가 하이망간 배터리 개발에 나선 것은 중국 기업의 주력 제품인 LFP 배터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당초 LFP 배터리는 낮은 출력으로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에 기여하지 못해 '구식 배터리'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출력이 낮으면 그만큼 배터리 용량을 더 늘려야하는데, 배터리 탑재량이 늘수록 차량이 무거워져 주행거리가 낮아지는 탓이다. 하지만 니켈, 코발트, 리튬 등 주요 원료 가격이 상승하자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 등이 LFP로 눈을 돌렸다. 국내 기업이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대비 가격이 싸고 셀투팩(CTP) 등 보완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LFP 배터리는 유럽, 미국 등 K배터리의 주요 시장 침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CATL은 독일 튀링겐주에서 배터리 상업 생산을 시작했고, 헝가리를 포함 유럽 내 3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포드와 협력해 북미 내 배터리 합작법인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시장에서 K배터리와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K배터리 텃밭'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시장에서 불안 요소도 생겼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의 상세 조항 변경으로 중국업체가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8월 IRA 발효 당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에는 배터리 광물이 북미 혹은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 채굴·가공해야 하고, 중국 등 우려 국가 광물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정해졌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배터리 요건 제정 방향에서는 북미, 미국 FTA 체결국에서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사용할 수 있게 변경됐다. 채굴·제련 원산지와 관계없이, 북미 및 FTA 체결국 내에서만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중국업체라도 보조금 지급 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 셈이다.

LFP 배터리의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하이망간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용으로 상용화된 사례가 없고, 배터리 용량 개선 부분이 과제로 남아 있다.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현재 연구 중인 하이망간 배터리 수명은 충방전 사이클 300회로 추정된다. 800회 수준인 NCM에 한참 못미치는 데다 LFP보다도 다소 낮은 편이다. 가격 이점을 살리기 어렵고, 배터리 교체 주기도 짧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해결할 해법은 단결정 양극재로 전환이 꼽힌다. 단결정 양극재는 여러 개 입자로 구성된 다결정 대비 입자간 균열 발생 현상이 줄어 짧은 배터리 수명을 해결해줄 카드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균열로 인한 배터리 부품 현상도 줄일 수 있어 화재 안전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하이망간 소재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다. 주요 양극재 협력사와 함께 소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상용화 시기는 2024년이 유력하다. 올해 말쯤 연구·개발(R&D)단에서 평가를 끝마치고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망간 배터리는 상용화만 된다면 준중·대형 세단급 전기차에도 탑재할 수 있는 라인업이 될 것"이라며 "LFP 대비 전기차용 개발이 늦어 다소 뒤처진 상황이나, LFP의 고질적인 에너지밀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반전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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