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인보사 사태’로 주식거래가 정지된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가 이르면 다음 달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달 31일부로 기업심사위원회가 코오롱티슈진에 부여한 개선기간 1년이 종료됐다고 공시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달 23일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와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서류를 제출받은 날로부터 20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기심위를 열고 상폐 여부를 의결한다.

다음 달 예정된 기심위는 코오롱티슈진에 있어 사실상 거래 재개를 위한 마지막 기회로 점쳐지고 있다.

코오롱티슈진 상폐 심의는 2017년 출시한 무릎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TG-C)’ 논란에서 비롯됐다. 인보사는 그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고 12월 판매에 들어갔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로는 국내 최초였다. 출시되자마자 10개월 만에 누적 투여 2200건을 돌파했다. 홍콩, 마카오, 몽골 등 해외 판매도 빠르게 늘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인보사 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알린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게 드러나면서 2019년 3월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연골세포와 달리, 무한 증식하는 특성이 있는 신장세포는 암 유발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미국 임상 3상도 잠정 중단됐다.

같은 해 8월에는 기심위 심의 결과 상폐가 결정됐다. 이후 개선기간 12개월을 부여받았으나, 개선기간 종료 후 계획을 다 이행하지 못했다며 2020년 11월 다시 한번 상폐 결정이 내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회사가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또 12개월의 개선기간이 주어졌다. 

이와 관련 올해 2월 코스닥 시장위가 코오롱티슈진의 상폐 여부를 논의했으나 당시 심의를 종결하지 못하고 미뤄졌다.

인보사 의혹과는 별개로 2020년 7월에는 코오롱티슈진 전직 임원이 27억원대 배임 혐의로 기소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에 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지난해 8월 기심위를 열고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거래가 막힌 상황에서도 연구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상태다.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서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 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해 지난 3월 관리종목에 지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코로롱티슈진이 거래 재개를 위해서는 인보사 이슈와 더불어 재무건전성 해결이 선결 조건이 됐다.

다양한 악재를 겪은 와중에도 코오롱티슈진의 최근 행보를 보면 상황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최근 거래 재개를 위한 호재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보사 임상 3상 보류를 해제하면서 현지에서 임상을 재개한 것이다. 의약품 심사 문턱이 까다로운 FDA에서 임상 재개가 허용됐다는 사실 자체가 안전성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보사 [사진: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사진: 코오롱생명과학]

실제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재개가 상폐 여부를 결정할 핵심 쟁점으로 꼽혀왔다. 당초 인보사 미국 임상이 상장에도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싱가포르 바이오텍 주니퍼바이오로직스에 최대 7000억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재무건전성과 관련해서는 코오롱티슈진은 지난달 31일 33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영구채는 신종자본증권의 일종으로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된다. 전환사채의 실질 만기가 30개월에 불과해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기간 내에 거래 재개가 필수적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달 12일에도 지주사 코오롱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을 대상으로 388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지난달에만 719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명예회장이 코오롱티슈진의 경영 정상화에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적극적인 자금조달과 미국 임상 진행 상황 등으로 미뤄보면 거래재개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6만1638명이며, 이들의 지분은 전체의 35.0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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