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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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희귀질환 치료제는 환자 수가 적어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받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각국 규제당국에서 임상시험 지원, 세금 감면 혜택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면서 희귀질환 신약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이 부여하는 희귀의약품(ODD) 지정은 희귀·난치성 질병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제 개발·허가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세금 감면, 허가 신청 비용 면제 등 혜택이 부여되며 미국의 경우 동일 계열 제품 가운데 최초 시판허가 승인 시 7년간 독점권, 유럽은 10년간 독점권을 갖게 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6개 파이프라인에서 10가지 적응증으로 총 20건(미국 FDA 9건, EMA 8건, 국내 식약처 3건) 희귀의약품 지정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9일 삼중작용 바이오신약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HM15211)’가 EMA로부터 특발성폐섬유증(IPF)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특발성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염증 과정 및 섬유세포 과증식으로 나타난 조직 섬유화로 폐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희귀질환으로, 매년 10만명당 100명 이하꼴로 발생하지만 현재 허가된 치료제들의 효능이 부족해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17일 FDA로부터 PRS(Prolyl-tRNA Synthetase) 저해제 ‘DWN12088’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았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과도하게 생성된 섬유 조직으로 폐가 서서히 굳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하는 폐질환이다. 치료가 쉽지 않아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귀질환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이 이번 임상에서 사람에서의 PRS 저해제를 통한 항섬유화 효과(human Proof Of Concept)를 입증할 경우 DWN12088은 기존 치료제를 능가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폐섬유증 외에도 다양한 섬유 희귀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확장할 것”이라며 “올 9월부터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신약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신약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LG화학은 최근 FDA로부터 유전성 비만치료 신약 후보물질 ‘LB54640’을 POMC(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 결핍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이 후보물질은 2020년 9월에도 LEPR(렙틴 수용체) 결핍증으로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LB54640은 포만감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MC4R(멜라노코르틴-4 수용체)의 작용 경로를 표적으로 한 1일 1회 먹는 치료제다. 보통 유전성 비만환자의 경우 포만감 신호를 주는 LEPR과 POMC 유전자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된다. LB54640은 ‘LEPR→POMC→MC4R’로 이어지는 신호전달경로에서 MC4R에 직접 작용해 식욕을 조절하는 기전을 갖는다.

LG화학 관계자는 “희귀 비만 시장에서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신약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며 “연내 구체적인 임상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2030년까지 희귀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을 두배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FIC와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BIC) 희귀질환 신약 개발을 위해 총 13개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GC녹십자가 집중하고 있는 FIC 혁신신약은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SSADHD)’ 치료제다.

이외에도 GC녹십자는 ▲점액다당류증 ▲강글리오시드증 ▲레쉬·니한증후군 의 FIC 신약 연구 개발과 ▲파브리병 ▲낫형세포병 ▲리중후군 등의 BIC 신약 연구 개발을 통해 R&D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시장 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는 오는 2026년까지 희귀의약품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12%로, 다른 시장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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