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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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법 명칭을 ‘디지털통신법’으로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에서 착안한 디지털서비스 기본법으로 명칭 변경을 고려했지만 플랫폼 서비스법으로만 비쳐질 우려가 있어 디지털통신법으로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기사/[단독]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윤곽...디지털서비스기본법으로 바뀐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와 부가통신사업자(콘텐츠 사업자 등)으로 구분하는데, 디지털통신법은 디지털 전송 사업자(이동통신사)와 정보 사업자(콘텐츠 사업자)로 구별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콘텐츠 업체 역시 사업자로 관점을 바꿔 이동통신사와 수평적 규제를 하는 방향이다.

디지털통신법의 주요 쟁점은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콘텐츠 사업자, 정보 사업자)의 보편적 역무(役務)를 어떻게 규정하는 것이냐다. 통신사로 불리는 기간통신사업자는 보편적 역무 제공 의무가 있는데, 보편적 역무란 모든 시민에게 언제 어디서나 적정 요금으로 제공돼야 하는 기본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말한다. 

7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의 새 명칭을 ‘디지털통신법’으로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는 상반기 중 ‘디지털 플랫폼 정책방향(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전기통신사업법’의 전면 개정 방안도 담을 계획이다. 

핵심 쟁점은 부가통신사업자의 보편적 역무 제공이다. 보편적 역무란 시내전화 · 시내 공중전 ·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전화 등을 말한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거나 시민 안전에 필요한 긴급 통신용 전화, 장애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요금 감면 전화도 보편적 통신 역무에 속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모든 전기통신서비스사업자는 보편적 통신 역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거나 역무를 제공하는 다른 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국내 1위 유선사업자인 KT가 섬에 보편적 통신 역무를 제공하며 발생한 손실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나눠 부담한다. 모든 시민에게 두루 통신 서비스가 미치게 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사업 규모가 큰 기간통신사업자만 손실금을 분담했으나 2012년 4월부터 연 매출이 300억원 이상인 별정통신사업자도 보전 책임을 지게 됐다.

정부가 네이버 · 카카오 · 넷플릭스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보편적 역무 제공 의무 부여를 고려하는 이유는 통신환경 변화에 따라 사회 · 경제활동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이용이 필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QR인증, 모바일 뱅킹, 메신저앱 등 기본적 생활을 위해서도 플랫폼 서비스 이용은 필수적이다.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이용 증가로 플랫폼 사업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통신사로 불리는 기간통신사업자는 설비 업그레이드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글, 넷플릭스 등 5개 주요 플랫폼 사업자의 트래픽이 국내 총 트래픽의 38.3%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본격화됐던 요금감면의 경우도 기간통신사업자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 제도를 통한 편익의 대부분은 플랫폼 사업자가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요금 감면 제도는 취약 계층에 대한 기본 통신서비스 이용 보장이라는 취지를 넘어 사회복지 수단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동통신 요금감면액은 지난 2015년 3961억원에서 2020년 9300억원으로 약 2.3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디지털 융합 시대에 맞춰, 국민 생활에 국민 생활에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디지털 콘텐츠를 포함하도록 보편적 역무를 재정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의 보편적 역무가 ‘물리적 통신망 이용’을 지원하는 정책이었다면, 디지털 융합시대에서는 ‘다양한 정보의 획득 · 활용’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기간통신사업자보다 플랫폼 사업자의 사업적 영향력이 커지고 사업규모 · 수익성도 향상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의 업계 의견 수렴 과정에서 통신사들은 보편적 역무 제공은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의 의무지만, 과거 행정 효율성 등의 문제로 인해 면제해왔던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보편적 역무 의무 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의 직접적인 보편적 역무 기여, 기금 출연 등을 통한 간접적 의무 기여 방안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도입 20년이 지난 현재의 요금 감면 제도는 통신 서비스 및 시장 환경 급변에 따른 기본적 전기통신서비스 수요 충족에 태부족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유 · 무선 통신 기술 방전에 기반한 온라인(디지털) 경제의 급격한 확장은 기간통신서비스보다는 이를 이용한 플랫폼 · 콘텐츠 소비 등 부가통신서비스 영역으로 통신 수요의 기본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신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온라인 · 비대면 활동 일상화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유선 전화 중심이던 20년전 도입된 현행 제도는 기간통신서비스 요금감면에 한정돼 이러한 통신 수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을 추진 중에 있고, 법 명칭 변경의 경우 디지털통신법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법 개정 내용 등은 사업자 의견 등을 고려해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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