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KT 회장에 내정된 이후로)잠을 잘 못자고 있다"

KT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내정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그의 앞에는 ▲통신 경쟁력 제고 ▲임직원 사기 진작 ▲계열사 정비 ▲신사업 추진 등의 과제가 쌓여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새 CEO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로, 흩어져 있는 조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유•무선 통신 경쟁력의 회복을 꼽고 있다.

특히 KT 경영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석채 전 회장이 영입한 ‘올레 KT’인사들을 황 내정자가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낙하산 포함한 거대 인력조정 불가피
KT는 임직원만 3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KT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기준 직원수는 3만2630명으로, 이에 따른 인건비만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직원수는 4179명으로 인건비는 6100억원이다. LG유플러스 등까지 포함하면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1조9000억원의 인건비가 KT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 황창규 KT CEO 내정자.

여기에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내려온 낙하산 인사 정리  문제까지 포함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KT는 이 전 회장때 외부 인사를 잇따라 영입한 후 ‘올레KT(외부 임직원)’와 '원래KT(기존 임직원)'라른 명칭이 생겨났는데, '올레KT'의 상당수가 전문성없는 낙하산 인사로 알려져있다.

국회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임원 수는 36명. 이들 낙하산 인사 명단이 공개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업계는 이들 낙하산 인사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T 전체 임원수는 130여명. 이 전 회장이 사의 표명 당시 “KT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경쟁사와의 인건비 차이를 1조원까지 줄여야 한다. 임원수를 20% 줄이겠다”고 밝힐 정도다.

현재 KT는 지속적인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인력 축소는 필수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KT는 KTF와의 합병 이후 대규모 명예퇴직을 통해 임직원의 16%를 축소, 연간 460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했다. 이로써 25%의 영업이익 증가를 이끈바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력축소가 이뤄진다면 KT의 영업이익은 34~35%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 방만한 경영 ‘경고’...옥석 가려내야
황창규 내정자도 이점을 인지하고 KT 경영 정상화의 우선 과제로 인적쇄신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황 내정자는 지난 19일 사내 임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방만한 경영과 인사청탁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황 내정자는 사내 임원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KT의 방만한 경영을 끝내겠다. 외부 인사청탁을 근절하고 인사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며 “임원들이 앞장서서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영업이익률이 너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상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T 내부에는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황 내정자의 취임일을 고려하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황 내정자의 의중이 드러난 만큼 임직원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 황 내정자는 내년 1월 27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KT CEO 취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외부 입김이 아닌, 황의 법칙 등으로 IT 시장에서 검증받은 인재가 KT CEO에 내정됐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상무보 임원급 이상은 타겟이 될까봐 납작 엎드리고 있으며, 말단 직원은 윗선의 눈치를 보며 주시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 KT 광화문 사옥

본사는 물론 자회사도 이러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지난 19일 직원급 승진 인사는 단행했으나, 임원급 승진 인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문재철 스카이라이프 사장의 연임을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임원급 인사까지 진행하기엔 부담이지 않겠냐는게 업계의 추측이다. 문재철 스카이라이프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다만, 쳐내기식 인사는 오히려 KT내부에 불안감만 더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KT 자회사 관계자는 “올레KT 출신이어도 전문성을 갖춰 실적을 내고 있는 인사가 있을 수 있어, 이들을 어떻게 기용할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KT미디어허브, 스카이라이프, KT 렌탈 등을 포함한 53개의 계열사 정리가 불가피한 가운데, 무리한 인사 단행은 KT사업에 차질을 빚을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들 자회사는 KT CEO공석으로 인해 12월에 책정되는 다음해 예산도 아직 받지 못하며, 사실상 업무가 마비되다시피한 상태다. 이들 중에는 IPTV 등 KT 실적을 견인하는 계열사도 있어 신속하고 합리적인 인사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

또 KT노조와의 마찰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황 전 내정자는 노조가 없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삼성전자식 무노조 경영 방침을 내놓을 경우 노조의 거센 저항도 예상되고 있다.

황 내정자가 구성원 모두를 설득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조직개편안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황 내정자가 업무파악을 시작한지 5일째, 그의 고민이 깊어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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