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을 주재했다. [사진: 청와대]

[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 후반기 최대 국정과제로 뉴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한국경제가 받은 타격을 해소할 카드로 뉴딜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1929년 세계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했던 뉴딜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 정책은 녹색성장을 추진하는 그린뉴딜과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디지털뉴딜로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뉴딜 정책의 성패가 당장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뉴딜 정책의 핵심으로 뉴딜 금융을 꼽고 있다. 뉴딜 정책이 성공하려면 막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뉴딜 정책의 성패는 뉴딜 금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뉴딜 금융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자금이 지원,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소위 팔 비틀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디지털투데이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 금융이 무엇인지, 금융권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자금은 어디에 투자되는지 알아본다. 또 뉴딜 금융이 성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짚어본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1년 국내 경제 이슈’ 보고서를 통해 한국판 뉴딜 정책의 성패가 향후 경기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제가 내년 얼마 만큼,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을지가 뉴딜 정책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경제, 금융전문기관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뉴딜 정책이 성공하면 플러스 알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우려 역시 크다. 이미 시작부터 엇박자가 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들이 말 바꾸기로 금융권은 물론 투자자들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뉴딜 금융의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관치 금융을 넘어 정치 금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금융의 실패 경험이 있다.

뉴딜펀드는 좋은 펀드라고 정부가 정의?

지난 10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입에서 ‘좋은 펀드’라는 말이 나왔다.

사건의 시작은 뉴딜펀드에 대한 국민연금 투자 문제였다. 강민국 의원(국민의힘)은 “뉴딜펀드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참여한다고 밝혔는데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문의를 했더니 국민연금은 수익률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정책펀드에 투자한 적도 없고 투자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며 “국민연금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금융연금 참여를 독촉하는 압박이 아닌지”라고 질의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참여할 생각이 없으면 참여 안하면 된다”며 “좋은 편드를 만들면 누구든 참여한다는 것이다. (뉴딜펀드가) 좋은 펀드가 되면 생각을 바꾸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금융상품인 펀드를 ‘좋다’, ‘나쁘다’고 지칭하고 더구나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펀드는 ‘좋은 펀드’라고 정의를 한 것이다. 당장 권은희 의원(국민의당)은 “펀드에 좋은 펀드와 나쁜 펀드가 있느냐? 펀드를 어떻게 좋은 펀드와 나쁜 펀드로 구분을 하느냐?”며 “전문적 시각으로 말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논쟁이 뉴딜 금융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 사례처럼 금융당국은 뉴딜 금융과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9월 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책형 뉴딜펀드와 관련해 “원금보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원금보장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정부 재정이 자(子)펀드에 평균 35%로 후순위로 출자하는데 이는 펀드가 투자해서 손실이 35% 날 때까지는 손실을 다 흡수한다는 얘기"라며 ”원금보장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사후적으로 원금이 보장될 수 있는 충분한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후순위로 350억원을 출자한 1000억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자펀드의 경우, 펀드가 30%의 손실을 내더라도 투자자는 650억원 원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금보장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원금을 보장한다는 발언에 비난이 쏟아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펀드는 예금이나 적금이 아니라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분명히 고지해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 상품은 원금을 보장하고 안전하다는 말을 그것도 금융위원장이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은성수 위원장의 명시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원금을 보장한다는 발언이 금융법규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또 설령 원금 보장을 한다고 해고 그것이 국민세금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지적됐다. 투자자들의 손해를 왜 국민세금으로 보장하야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 은성수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원금보장이 인식되도록 발언한 것이 잘못됐다. 사과한다”며 “(펀드 투자가) 자기 책임이라고 명시해서 국민세금으로 막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말 바꾸기로 인해 이미 금융당국의 신뢰가 저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금을 보장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아니라고 한 상황에서 누가 뉴딜펀드에 투자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신뢰 문제는 뉴딜펀드 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에 뉴딜에 포함되는 IT, 환경 등의 기업에 금융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에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하며 자금회수 부실 등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이 72조원 규모의 뉴딜그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지원을 독려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말을 바꿔서 금융회사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뉴딜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뉴딜 금융을 추진하고 있지만 솔직히 걱정되고 조심스럽다”며 “만약 문제가 생기면 결국 책임은 금융회사가 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뉴딜 금융에 드리운 녹색금융의 악몽 

정부가 뉴딜펀드를 좋은 펀드라고 지칭하며 관치에 나서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주도, 추진하는 펀드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좋다고 하고 다른 펀드를 나쁘다고 정의를 내려버리는 것이다. 뉴딜금융 지원과 뉴딜펀드 투자에 시장 논리가 아니라 관치가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9월 2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뉴딜투자 공동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40개 분야를 투자대상으로 선정하고 197개 품목을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참여형 한국판 뉴딜펀드 후속조치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뉴딜 금융 투자 분야를 예시로 소개했다. [표: 기획재정부]

정부는 디지털뉴딜에서 로봇, 항공·우주, 에너지효율향상, 스마트팜, 친환경소비재, 차세대 진단, 첨단영상진단, 맞춤형의료, 스마트헬스케어, 첨단외과수술, 차세대 무선통신미디어, 능동형컴퓨팅, 실감형콘텐츠, 가용성강화, 지능형데이터분석, 소프트웨어, 차세대반도체, 감성형 인터페이스, 웨어러블디바이스, 차세대 컴퓨팅, 감각센서, 객체탐지, 광대역측정, 게임, 영화/방송/음악/애니메이션/캐릭터, 창작‧공연‧전시, 광고, 디자인, 고부가서비스, 핀테크 등 30개 분야를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그린뉴딜에서는 신제조공정, 로봇, 차세대동력장치, 바이오소재, 신재생에너지, 친환경발전, 에너지저장, 에너지효율향상, 스마트팜, 환경개선, 환경보호, 친환경소비재, 차세대치료, 실감형콘텐츠, 차세대반도체, 능동형조명, 객체탐지 등 17개 분야를 정했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에 모두 포함되는 7개 항목을 제외하면 모두 40개다.

정부가 투자 분야를 정하기는 했지만 금융지원과 투자는 시장논리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 있고 우수한 기업에 지원이 돼야지 정부나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여권 인사들의 기업이 40개 투자 분야에 해당되고 그들이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자칫 '좋은 펀드'에 이어 '좋은 투자처', '좋은 기업'까지 정부가 정의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뉴딜 금융, 뉴딜펀드가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투자와 지원은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한다”며 “투자 대상 분야에서 객관적으로 성장성,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지원이 돼야지 엉뚱한 곳에 지원돼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이 최소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딜 금융이 관치금융 나아가 정치금융이 될 경우 녹색금융 시즌2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2009년 2월 대통령 직속에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압박에 2009년 4월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은 녹색금융협의회를 창립하고 녹색금융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끝난 후 녹색금융은 유명무실해졌다. 제대로 된 성과도 나오지 않았고 관련 상품도 사라졌다. 금융권은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팔을 비틀어서 정책에 앞장을 세운 대표 사례로 녹색금융을 꼽고 있다. 

당시 금융회사들은 녹색금융에 매력과 필요성을 느껴서 금융지원과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또 정책적으로 지원을 하라고 해서 지원했다고 한다. 때문에 정치,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더 이상 녹색금융이 지원되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며 뉴딜 금융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녹색금융을 떠올렸다. 금융권은 정부가 계속 뉴딜 금융과 관련해 말을 바꾸고 신뢰를 주지 못할 경우 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서 좌지우지할 경우 뉴딜 금융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딜 금융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지적된 문제점들을 금융당국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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