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네이버파이낸셜 '마이데이터 사업 발전 방향' 자료]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은행들은 오랜 시간 쌓아온 고객의 계좌거래와 카드내역을 내줘야 한다. 반대로 네이버파이낸셜에서 취할 수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는 은행 업무 대부분을 대체할 만한 파괴력이 있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의가 주최한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 참여한 금융권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마이데이터란 각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를 모아 직접 관리하는 산업을 뜻한다. 고객을 정보 활용의 주체로 참여시켜 회사는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과 재무 컨설팅 등을 주도할 수 있다.

은행과 카드회사·보험회사 등 마이데이터에 참여하는 금융회사는 보유 데이터를 오픈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형태로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개방해야 한다. 반면 금융 라이선스가 없는 IT기업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보유한 데이터만 내놓으면 된다.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마이데이터 산업은 네이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도는 배경이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은 본사인 네이버의 데이터베이스와 마이데이터 영역을 연결한 여러 금융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로 금융시장에 출사표를 낸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8일 미래에셋대우와 협업해 '네이버통장'을 내놨다. 아울러 금융위의 혁신금융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페이 후불결제서비스'를 내놓고 네이버 쇼핑에서 사후 결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간편결제업체의 소액 후불결제 허용을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네이버파이낸셜의 광폭 행보가 전유물이었던 고객 데이터의 빗장을 풀게 된 금융권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현행법상 마이데이터 사업에선 '신용정보'만 공유될 수 있는데 금융회사가 네이버로부터 얻길 원하는 검색·쇼핑 데이터는 신용정보가 아니다. 이 때문에 핀테크 업체와 금융회사 간 공유되는 데이터의 질 격차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29일 금융위가 주최한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서래호 네이버파이낸셜 책임리더가 마이데이터 사업 발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신민경 기자] 

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은 "금융회사들은 마이데이터 워킹그룹을 꾸려 어느 정보를 개방할지 논의를 끝냈지만 최대 경쟁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제공 데이터 범위가 오리무중이니 답답하다"며 "소관부처가 아닌 만큼 네이버에 메시지를 던지거나 조치를 취하긴 어렵겠지만 금융당국이 공정 경쟁을 기반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이끌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데이터 공개 논란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곳은 은행만이 아니다. 핀테크 업체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대국민 서비스라 불릴 만한 포털을 운영 중인 네이버를 등에 업고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자로 나설 경우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도 전에 시장에 독점 체계가 형성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어떤 기업은 핵심 데이터를 내놓지 않고 어떤 기업은 다 내주는 등 데이터 거래의 기울기가 맞지 않으면 경쟁이 공정한 틀 안에서 이뤄지기 어렵다"며 "이대로라면 네이버가 가진 포털 상의 경쟁력이 마이데이터 산업 내 경쟁력으로 고스란히 전이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핀테크업체 한 대표도 "적수였던 전통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네이버를 견제하고 나선 점은 그만큼 빅테크의 위협감이 크다는 방증"이라면서 "핵심 데이터 개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곳들을 위주로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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