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일자리 500개, 투자 유치 858억원. 2019년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 후 핀테크 업계가 얻은 수확이다. 최근 완료된 금융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은 핀테크 스타트업 대부분에서 신규 일자리가 늘고 투자 규모도 종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 서비스가 규제에 막혀 사업화가 불가능한 경우를 감안해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시범 운영을 임시 허가하는 제도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뛰놀듯이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서 붙은 표현이다.

디지털투데이가 1일 입수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성과와 향후 과제 최종보고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효과와 개선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발주한 것으로 최근 용역이 마무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핀테크 업계의 고용은 지난 2016년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된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경우 제도 시행 때부터 올 1월까지 신규 고용을 한 인원이 500명을 웃돈다. 제도 시행 전 1500명 수준이던 업계 고용 규모가 9개월 만에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다. 혁신금융으로 지정된 서비스가 회사의 핵심 사업인 곳이 대부분이므로 지정 자체가 일자리 창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고용 추이와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 유치 현황. [자료: 고용보험DB, 더브이씨]

그 사이 투자액도 늘었다. 투자 유치 사례가 알려진 핀테크 스타트업 13곳은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은 뒤로 자금 858억원 가량을 새로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 전 유치금(376억원)에서 228%나 뛰었다.

보고서는 다만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핀테크 업계의 스케일업(외형 성장)에 기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도적인 제약이 남아 있어 이런 추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것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걸림돌 중 하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과정에서 적용되는 '부가조건'이다. 금융위는 규제 면제로 사회적인 부작용이 생길 것을 대비해 서비스마다 부가조건을 달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그간 핀테크 업체와 금융기관 사이에서는 "부가조건이 서비스 확대에 부담이 된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일일 서비스 제공 횟수나 취급액 등이 제한적이어서 사업 확대와 제휴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용역의 일환으로 KDI가 진행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발전을 위한 의견조사'에선 '부여된 부가조건이 자사 성장에 제약으로 작용하느냐'는 질문에 핀테크 스타트업의 32%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부가조건 변경 요청 신청 계획 여부를 묻는 질문엔 무려 50% 기업이 '신청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발전조사를 위한 설문조사(2020)에서 핀테크 스타트업과 기존 금융기관이 응답한 발전방안 의견. [자료: KDI]

이번 연구를 주도한 구자현 KDI 지식경제연구부장(연구총괄)은 "대부분 핀테크 업체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부가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엔 공감했지만 샌드박스 취지와는 달리 '또 하나의 규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기존 서비스가 테스트를 거쳐 안정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빠르게 조건을 완화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절차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위도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이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단기간 내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은 "불법 금융 거래나 사회적인 문제가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건수 등 제한을 두고 있다"며 "금융의 핵심은 안정성에 있는데 불만이 이어진다고 해서 부가조건을 쉽게 바꾸면 오히려 시장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소홀했던 혁신 분야를 따로 떼어내 업체 지원을 독려했던 영국의 사례처럼 금융위도 정책 수요 분야 '사전 예고제'를 도입할 것을 제언했다. 또 혁신금융서비스에 탈락한 서비스 중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혁신금융서비스 예비후보'로 지정해 컨설팅과 인큐베이팅을 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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