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창립한 미국 나스닥은 전 세계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나스닥]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 나스닥(NASDAQ)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나스닥지수는 1971년 출범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1만선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 10년 간 나스닥은 약 5배 성장하며 전 세계 벤처기업들에게 자금조달을 위한 꿈의 무대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의 나스닥이라고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코스닥(KOSDAQ)은 등락을 거듭하며 1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부실과 그에 따른 상장폐지, 심지어 각종 사기 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정적인 투자와 자금조달 시장으로써 취지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상 최고 1만선 돌파한 나스닥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66.59포인트(0.67%) 상승한 10,020.35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9일 장중 한때 10,002.50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종가 기준으로 1만선에 안착한 것은 나스닥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었다.

미국의 주식시장 중 하나인 나스닥은 1971년 2월 8일 창립됐다. 나스닥은 설립 당시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거래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미국의 벤처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나스닥은 1990년대 당시 인터넷 열풍이 불면서 주가가 상승해 1994년에 1000포인트를 넘어섰고 2000년에 5000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지수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성장해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의 증권거래소로 올라섰다.

특히 나스닥은 미국 실리콘밸리 IT기업들과 함께 성장했다.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모두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나스닥 지수 변동 추이 [자료: 나스닥]

다른 주식 시장처럼 나스닥도 등락을 기록하고 있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10년 6월 25일 나스닥지수는 2223.48였는데 2015년 6월 19일 5117로 약 2배 성장했다. 그리고 2020년 6월 10일(현지시간) 10,020.35로 다시 2배 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 MS, 아마존, 구글 등 나스닥 시가총액 1~5위 기업들이 고공행진을 주도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상위 5개 기업의 시가총액만 6조 달러(한화 약 7284조원)가 넘는다.

나스닥은 이미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기업들이 가고 싶어 하는 꿈의 시장으로 부상했다. 2000년대 초반 중국 소후닷컴, 시나닷컴, 왕이 등을 시작으로 중국에서 성공한 IT기업들은 나스닥으로 진출하고 있다. 2005년 중국 최대 검색 업체인 바이두는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징둥닷컴도 2014년 나스닥에 입성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지만 나스닥은 여전히 인기다. 6월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 식품배달 플랫폼 기업인 다다 넥서스가 나스닥 상장을 통해 2억8050만달러(약 343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코스피, 코스닥이 아니라 나스닥 진출을 추진하는 곳들이 있다. 게임업체 그리비티는 나스닥에 진출한 대표적인 게임회사다. 또 더블유게임즈도 자회사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고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도 내년에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은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투자자와 기업들을 유인하고 있다. 나스닥의 상장, 상장유지, 추가상장, 주식배당 등의 수수료가 뉴욕 증권거래소(NYSE) 보다 낮은 장점이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8일(현지시간) 2020년 올해 기업공개(IPO) 유치 경쟁에서 나스닥이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이 나스닥 상장을 통해서 조달한 자금은 122억달러(약 14조6522억원) 규모였다. 반면 같은 기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는 109억달러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증권거래소가 자신의 이름을 무기로 그동안 우수 기업들을 유치를 해왔는데 나스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스닥은 실리, 실용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수수료가 낮다고 해서 기업들의 수준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나스닥에 입성한 것만으로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또 나스닥은 혁신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2010년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테슬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지만 상장을 한 것이다. 나스닥은 테슬라가 적자상태였지만 향후 성장성을 담보로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테슬라식 상장이는 용어도 생겼다. 테슬라는 현재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나스닥과 한국 코스닥의 시가총액 상위 10위 회사들 [자료: 나스닥, 코스닥 취함]

성장세 주춤한 코스닥

한국에서는 1996년 코스닥이 개설됐다. 코스닥은 특정한 거래장소가 없고 컴퓨터와 통신망을 이용해 주식을 매매하는 형태로 시작됐다. 나스닥처럼 벤처기업들에게 자금조달창구 역할을 해주고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1997년에는 코스닥 시장의 주가지수가 발표되고 1998년 10월에는 시장의 운영과 감독을 분리해 시장의 공공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코스닥위원회가 신설되기도 했다.

코스닥은 기존 코스피 보다 상장 문턱을 낮춰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에게 진입의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거래소(KRX)는 코스닥 시장이 유망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한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설립됐으며 과거 IT 하드웨어(HW) 업종 위주의 시장에서, 최근에는 보안솔루션, 온라인 서비스, 디지털 컨텐츠,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업종의 상장 활성화로 미래성장 산업 관련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도 지난 24년 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 1996년 7월 8조4000억원으로 출발한 코스닥 시가총액은 출범 11년 만인 2007년 100조원을 돌파했고 2015년에는 200조원대로 진입했다. 2010년 6월 16일 코스닥 지수는 495.96을 기록했는데 2015년 6월 23일에는 739.82로 상승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17일 기준으로 코스닥 지수는 735.40이며 시가총액은 240조~250조원이다. 코스닥 지수는 한 때 900선을 넘어선 적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나스닥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때 코스닥은 반짝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코스닥에 진입하는 기업들도 줄어들었다. 2015년 122개였던 코스닥 상장기업은 2016년 82개로 감소했고 2017년 99개, 2018년 101개에 머물렀다. 2019년에는 108개로 늘었지만 2015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상장폐지되는 곳들도 많다. 올해 3월 31일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내 12월 결산법인의 2019년 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제출이 전일 마감됨에 따라 상장폐지절차 진행 업체를 공지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총 33개사가 상장폐지절차 진행 대상이다. 

상장폐지는 코스닥 시장의 단골 이야기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부실, 사기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되는 스토리다. 최근에는 신라젠이 문제가 됐다. 2017년 국내 바이오업계에 등장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신라젠은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라젠 소액주주는 1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건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단골 뉴스다. 코스닥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또 투자자들 중에서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노리를 사람들도 많다. 코스닥에서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솔직히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주식이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확인해보면 누군가 투자자들 카페에 회사와 상관이 없는 내용을 마치 관련 있는 것처럼 올리고 투자를 유도했다. 이런 경우는 회사 주식이 올라도 솔직히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스타기업'가 없다는 점도 코스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나스닥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유명 IT 기업은 물론 신흥 강자를 꿈꾸는 기업들이 많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나스닥 시장도 커지고 성장하는 것이다. 또 나스닥은 테슬라 상장처럼 이슈를 만들고 사람들을 주목시키는 힘이 있다.  

미국 IT 기업들이 즐비한 나스닥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코스닥에서 성장하고 해외로 나가는 유명 기업이 부족하다. 국내에게 유망한 기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유망한 기업들은 대부분 코스피로 가거나 나스닥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나스닥의 IT 기업과 비견되는 국내 IT 기업들인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삼성SDS, 넷마블 등은 모두 코스피에 상장했다. 코스닥에 스타기업이 없다보니 새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코스피를 더 선호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에는 바이오주의 독식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5위까지가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에이치엘비, 알테오젠, 씨젠 등이 모두 바이오 기업이다. 우수한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해당 분야가 직격탄을 맞으면 코스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이오주 악재가 코스닥 악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고민하고 있다. 2017년에는 테슬라식 상장을 검토해 2018년 카페24가 한국형 테슬라 1호로 코스닥에 상장됐다. 또 지난해 12월 혁신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우대해 상장을 활성화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유망기업을 알리기 위해 ‘코스닥 라이징 스타’ 기업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코스닥 상장 조건을 개선하는 방안을 올해 하반기 중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이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말 그대로 한국의 나스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스닥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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