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 규정의 머신리더블 레귤레이션 구현 이미지. 화면에서는 금융감독원 관리자가 열람 버튼을 눌러 금융회사(KB국민은행)가 제출한 직불 보고서를 열람하고 있다. [이미지: 코리아 핀테크 위크 특별세션 '레그테크 머신리더블 레귤레이션 개념검증' 영상 캡처]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IT 기술이 금융회사들의 법규 대응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사 레그테크 시스템을 통해 뉴욕 사이버보안 규정인 NYCRR500에 대한 국외 점포의 법규 이행현황을 관리해 뉴욕주 금융감독청의 현장 감사에 효율적으로 응할 수 있었다. 또 우리은행은 여러 양식으로 발행되는 국내외 무역서류들을 인공지능(AI)으로 심사하는 등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제재 위반율을 줄이고 있다. 

29일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0'의 세부 프로그램 '레그테크 쇼케이스'에선 레그테크를 도입한 시중 은행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레그테크(RegTech)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정보기술을 활용해 금융규제 준수 업무를 효율화하는 기술을 뜻한다. 규제 준수의 주체를 사람(수작업)에서 신기술로 옮긴다는 의미다. 업무의 특성도 사후 적발식에서 사전 예방형과 자동형으로 바뀐다. 

금융권 디지털 격변기가 본격화한 2017년 뒤로 법규가 복잡해지고 거래유형도 다각화하면서 불법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회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해 동안 국내 금융회사가 제출 지연한 정기 보고서는 7389건이다. 오류 발생건은 1만3351건에 달했다.

하지만 레그테크를 도입하면 AI와 빅데이터,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 기술이 관리감독 기능을 대신하므로 금융사가 규제 준수와 보고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핀테크 등 신종 금융업종의 등장으로 감독대상이 많아지면서 비용과 효율 문제를 겪던 금융당국으로서도 반길 일이다.

금융회사들은 선제적인 레그테크 도입에 나서고 있다. 한 예로 금융보안 규제 준수 대응 시스템인 금융보안원의 레그테크 포털을 이용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지난해 1월 179곳에서 이달 418곳으로 134% 증가했다.

김상아 우리은행 외환업무센터 과장이 우리은행의 AI 기반 제재법규 심사 자동화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 코리아 핀테크 위크 특별세션 '인공지능 활용 선적서류 제재법규 심사 자동화 시스템' 영상 캡처]

자제적으로 레그테크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 중인 기업들도 있다. 정보보호 레그테크의 첫 사례는 신한은행이 만들었다. 신한은행의 레그테크 시스템은 각 시스템의 정보보호 관련 정보를 빅데이터 데이터베이스(DB)로 취합, 분석한 뒤 보안점검 모니터링 화면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내외 신한은행 보안 담당자들은 시스템의 글로벌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법인·지점의 자산과 전산센터 계정관리, 바이러스 감염, 개인정보 보유 등의 현황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원격접속과 전용단말 외 접속을 관리해 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환 부문의 규제 준수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외환업무 디지털화를 위해 AI 기반의 제재법규 심사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수출입 선적서류의 분류와 텍스트 추출, 검증 절차 등을 자동화한 게 시스템의 골자다.

올해 초 우리은행이 공개한 이 시스템에는 AI 기반 이미지 인식 기술과 텍스트 분석기술이 적용됐다. 선적서류(무역서류) 이미지로부터 문자를 판별해 텍스트 데이터로 바꾸고, 텍스트 분석을 통해 문장의 행간을 읽은 뒤 심사가 필요한 항목을 인식하는 형태다. 최종 심사대상 항목들 중 자동심사를 거쳐 제재 법규 위반으로 결정된 항목들은 경보가 울리는 식이다.

이밖에도 레그테크 쇼케이스에서는 임종윤 에임스 대표와 박만성 옥타솔루션 대표 등 레그테크 전문기업들의 수장이 참여해 자금세탁 방지와 보험금 착오지급 점검 업무 지원 솔루션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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