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녹색성장을 국가 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 녹색금융이 화두가 됐지만 이후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2010년 7월 13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제8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의 최대 화두였던 녹색금융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관련 금융상품이 사라졌으며 녹색금융협의회 역시 아무런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4년 이후로 녹색금융 관련 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출시됐던 상품들도 대부분 판매중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금융은 친환경, 녹색 성장을 금융이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녹색금융이 등장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8월 15일 경축사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했으며 2009년 2월 대통령 직속에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에 맞춰 2009년 4월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국내 금융기관들은 녹색성장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녹색금융협의회를 창립했다. 은행연합회가 협의회 회장사와 사무국 역할을 맡았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녹색금융 정책과 서비스, 상품 출시가 줄을 이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상품을 선보였다.

이후 녹색금융협의회는 2012년 4월까지 제7차 협의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활동이 위축됐다. 박근혜 정부가 '녹색' 정책 지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 관련 예금, 적금, 카드, 대출 등을 출시했던 은행과 금융회사들이 상품 출시를 멈췄다. 

녹색금융협의회 사무국이 운영하고 있는 녹색금융종합포털 사이트 모습 [사진: 녹색금융협의회 사무국]

녹색금융협의회가 운영하는 녹색금융종합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출시된 녹색금융 상품은 신한은행이 2014년 4월 출시한 대출상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후 출시된 상품이 없으며 있던 상품도 판매가 중지되고 은행 사이트에서 모습을 감췄다. 

녹색금융종합포털 사이트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사이트에 올라온 공지사항은 2014년 5월 이후 없었다. 이후 2015년에 1건, 2016년에 1건이 있었다. 사이트의 최신뉴스 코너도 2017년까지 운영이 되다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8년에 올라온 기사가 5건, 2019년이 1건, 2020년이 2건이었다. 이는 녹색금융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소개할 뉴스와 공지사항도 함께 없어졌기 때문이다.

녹색금융협의회는 명목상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녹색금융협의회는 아직 존속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녹색금융협의회 회장은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이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협의회가 이름만 유지될 뿐 사실상 활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수년 간 녹색금융협의회는 물론 녹색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녹색금융협의회와 녹색금융포털은 한번 만든 것이기 때문에 없애기 어려운 것이 아니겠느냐”며 “그런데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녹색금융을 정권 주도로 금융정책을 추진했다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된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금융정책을 뒤집고 새로운 것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녹색금융 대신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창조금융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IBK기업은행은 창조금융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으며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창조금융플라자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창조금융이라는 말은 금융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