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사진: 신민경 기자]
금융위원회 [사진: 신민경 기자]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부부처와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금융 정책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 현장의 금융 지원에 대한 요구와 불만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나 금융위와 미묘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항공산업의 안정적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금융시스템 조성 등 중장기 정책방향 수립 연구’를 진행한다고 공고했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항공산업의 금융시스템을 점검, 분석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 등의 항공산업에 대한 투자와 금융지원 현황을 분석할 예정이다. 또 해외의 항공산업 금융지원 사례도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항공산업에 특화된 정책 투자펀드 조성 방안도 연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토부는 항공산업 금융지원을 위한 공적지원기구 설립도 검토한다. 국토부가 고려하는 모델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국토부 산하 금융공기업으로 주택, 도시개발과 관련된 보증 등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국토부가 항공산업 금융지원 기구를 만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토부가 이렇게 나선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사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금융지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려운 항공사들은 금융기관들이 지원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금융기관과 항공사, 국토부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직접 항공산업 금융 정책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융에 관심을 나타내는 부처는 국토부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글로벌 녹색금융 제도 도입에 대비한 국내 산업계 대응방안 연구’를 진행한다.

산업부는 제안요청서에서 산업별 경제활동 내용이 글로벌 녹색금융 제도의 기준(온실가스 배출수준 등)에 미달하면 저비용 녹색금융 사용이 불가하고 금융기관 투자 및 대출 제약 등으로 기업 경영활동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가 녹색금융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최근에도 문재인 정부의 뉴딜정책 중 하나인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그린뉴딜 금융이 주목받고 있다. 그린뉴딜 금융 역시 금융위가 챙기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산업부가 산업 부문 피해 대응을 명분으로 글로벌 녹색금융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국제기구의 녹색금융 제도 도입 추진 경과, 쟁점 등을 분석한다. 또 주요 국가들의 녹색금융 제도 수립 현황을 조사하고 국내 녹색금융 제도 수립 동향도 알아본다. 

산업부는 EU 녹색경제활동 분류체계에 따른 국내 업종별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적용할 경우 업종별 영향도 분석할 방침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녹색금융 제도 도입에 대비한 산업환경 정책(안)을 마련한다. 여기에는 녹색금융 제도 도입과 관련해 국제협의에 참여하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산업부는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중견기업 금융애로 해소를 위한 중견기업 금융 선진화 방안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중견기업들의 금융지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의료 해외진출 금융지원 방안, 금융허브 조성 방안도 타 부처서 추진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달부터 올해 12월까지 ‘의료 해외진출 금융조달 활성화 기반 구축 방안 연구’에 나선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촉진시키는 정책펀드, 정책금융, 민간금융 등의 활용을 활성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의료기관 해외진출 금융조달 현황을 분석하고 활용 가능한 국내외 헬스케어 펀드, 금융투자자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된 내용을 기반으로 의료 해외진출 금융 조달 활성화 기반 구축 방안도 마련한다. 다만 보건산업진흥원은 금융위원회,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유관 기관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함께 준비할 계획이다.

또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올해 연말까지를 목표로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아시아 금융허브 정책의 국가균형 발전전략’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번 연구에서 홍콩의 기존 금융허브 정책과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 흡수를 원하는 일본, 싱가포르 등의 금융허브 정책 등을 분석할 방침이다. 또 국내의 기존 금융허브 추진 지역들에 대한 실태 분석하고 국가 균형발전의 시각으로 한국의 아시아 금융허브 성장 전략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허브 육성은 금융위원회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이밖에도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금융범죄, 자금세탁 등에 대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은 금융위 소관이라고 볼 수 있는 계좌 지연출금제 확대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정원은 금융사기, 금융범죄 예방 활동을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 부처와 기관들이 직접 금융 대책, 정책 추진하고 나선 것은 현재 금융지원, 정책 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제안요청서에서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증가로 투자유치 수요는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현장 의료기관들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과 금융권은 각 부처들이 각자 금융 정책을 추진하는 현상이 확산될 경우 금융위의 역할과 위상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융기관, 금융회사들도 금융위원회 뿐 아니라 각 정부부처들의 정책에 대응해야 하는 2중, 3중고를 격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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