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이하, 현지시간)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와의 협력 중단을 요청했다. 화웨이 대신 삼성전자나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를 예로 들며 이들의 장비를 사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유럽 국가들에 대해 경고를 하면서 대대적인 반(反)화웨이 공동전선 구축을 시도하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보통신 장관 회의를 하루 앞두고 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유럽은 5G와 관련해 안보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 EU에 대한 미국의 메시지는 중요한 네트워크와 관련해 중국 회사들을 신뢰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글을 통해 “많은 것이 위태로운 상황인 만큼, 신뢰할 수 있는 기업들이 21세기 정보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4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영국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측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유럽 동맹들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과 함께 화웨이 문제를 수면위로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럽 국가들이 그들의 중요한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화웨이나 ZTE와 같은 중국의 기업들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웨이에 대해선 스파이 행위, 지적 재산권 탈취, 뇌물 수수 및 부패한 관행 등 각국에서 연루된 문제들을 하나하나 거론했다. 또한 EU가 ‘화웨이 기술이 다른 대안들보다 더 낫고 저렴하다’는 유럽 홍보회사 등의 말을 반박하며 위험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쑨 푸유 화웨이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EU-중국 시티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화웨이)
쑨 푸유 화웨이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EU-중국 시티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화웨이)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나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와 같은 유럽 기업들도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5G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며 화웨이 대신 다른 기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들 회사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합법적인 상업 행위자들”이라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기업은 법의 통치를 준수하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민주국가들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화웨이를 비난하면서 삼성전자를 대안으로 거론했는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인 애플을 응원하며 삼성에 대해 견제한 것과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1일 텍사스 오스틴의 애플 제품 조립공장을 방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의 자리에서 “우리의 문제는 삼성이다. 삼성은 훌륭한 회사지만 애플의 경쟁자이다. 애플을 삼성과 어느 정도 비슷한 기준으로 처우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트위터를 통해 애플에 미국의 5G 구축 참여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지금 문제는 그의 경쟁자, 좋은 경쟁자인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고 쿡은 낸다는 것”이라며 대중국 관세 문제와 관련, 애플을 단기간 도와야 한다며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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