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앞두고 암초에 걸렸다. 노동조합(노조)의 결합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해외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현중법인분할중단하청임금체불해결촉구울산대책위 등은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합병을 결정한 주주총회(주총)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주총 개회시각과 소집장소 변경으로 주주 참석권이 침해되고, 안건에 대한 논의와 토론 절차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5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고정훈)
5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고정훈)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김형균 정책실장은 “현대중공업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기각결정은 대한민국 경제 민주화 수준이 바닥임을 확인해 준 판결이다. 재벌 편들기라고 생각될 정도로 팩트 체크도 되지 않은 판결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8월말 법원에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된 바 있다.

김형균 정책실장은 또 “현대중공업은 당일 장소를 변경해 3분 30초짜리 날치기 주총을 강행하고, 주말을 보낸 다음날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현대중공업등기를 완료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면서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자산 50%인 12조원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넘기고, 부채 7조원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사측 발표처럼 이미 모든 절차는 끝났으니, ‘생산에만 전념해 달라’는 말처럼 마무리 될 사안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해 노조는 즉각 항고했다. 오늘 열리는 최종 심문에서는 법원이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마주한 암초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 5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결합 심사는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전세계 조선업계 1·2위를 다투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카자흐스탄 기업결합 심사만이 통과한 상황이다. 아직 일본과 중국 등은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는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와의 관계 때문에 심사가 늦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현재 악화된 우리나라와의 관계 때문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EU도 어떤 결정을 내릴지 미지수다. '경쟁법'이 발달된 EU는 독과점 문제에 대해 다른 국가보다 비교적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때문에 EU 기업결합심사는 일반심사와 심층심사로 나눠 보다 엄격하게 진행된다.

최근 EU가 유럽 최대 조선사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Fincantieri)사를 조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9월 핀칸티에리는 프랑스 기업 아틀란틱조선소 인수계획을 EU 인수위원회에 접수했다. 핀칸티에리와 아틀란틱조선소는 크루즈선 제작업계에서 손꼽히는 대형업체다.

EU 인수위원회는 핀칸티에리와 아틀란틱조선소 간 합병에 심층조사 이유에 대해 “두 업체는 글로벌 크루즈 조선시장의 리더들”이라며 “크루즈 시장이 팽창하고 있지만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양사 합병이 크루즈 업계 경쟁약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25일 명명한 뉴질랜드 군수지원함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일본, 중국, EU 등을 대상으로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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